청주공항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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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항 방문기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7.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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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경제·사회부장

19일 오후 손바닥 만한 똑딱이 카메라(컴팩트카메라)를 들고 청주공항에 갔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재 목적인 만큼 공항 곳곳을 둘러 볼 작정이었다.

내심 바랐던 것은 북적이던 승객들의 모습. 4월부터 매월 이용객 1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현장사진 한 컷과 이용객과 인터뷰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1300대가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다는 주차장. 한참이나 주차장을 돌고 나서야 빈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자동차의 주인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 주차료 감면 혜택을 받고 차를 둔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까. 월요일 오후 공항 여객청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몇몇 이용객을 제외하고 텅 비어 있었다.
비행기의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도 칸을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제주발 비행기 도착 시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청사 내부도 한여름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바깥의 뙤약볕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어두컴컴했다. 청사 곳곳을 청소하는 아주머니 직원들도 흥이 나지 않는 듯 묵묵히 업무에 충실할 뿐이었다.
1층 청사 한 켠 스낵코너는 승객이 아닌 승무원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으며 그나마 2층 점포들은 손님 구경도 못하고 있었다.

청사 가운데 국제선 취항을 알리는 현수막 만이 세로로 길게 매달려 눈길을 끌고 있을 뿐 충청북도나 자치단체를 알리는 광고판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월 이용객 10만, 본격적인 휴가철 수요가 몰리는 8월에는 15만명을 예상한다는 청주국제공항은 여전히 북적임 보다 적막과 한산함이 압도했다.

그만큼 공항시설의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얘기일 터다. 그도 그럴것이 청주공항을 이용하기 위한 교통수단은 극히 제한돼 있다. 시내버스는 드물고 그나마 청주시내를 ‘시티투어’ 하듯 빙빙 돌고 나서야 공항에 닿는다. 철도는 충북선으로 갈아타야 하고 그나마 역에서 내린 뒤에는 한참이나 걸어야 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 공항리무진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전철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자가용 이용객을 위해 주차료 감면제도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해외여행을 마치고 오면 만만찮은 주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차라리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정부는 청주공항을 왜 건설했을까. 덩그러니 도심 외곽에 수천억원을 들여 공항을 짓는 것 까지는 좋다고 하자. 그러면 공항이 공항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프라는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제노선의 90% 이상이 인천공항에 집중돼 있다. 2단계 확장공사를 마치고 3단계 공사가 진행중이다. 접근성 개선을 위해 공항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전철이 닿도록 했다. 하루 수십차례 공항버스도 운행중이다.

정부는 수도권 전철과 활주로 연장을 요구하는 충북에 이렇게 말한다. ‘공항 이용객이 늘어 활성화 되면 자연히 인프라도 개선될 것이라고.’ 인천공항은 인프라 없이 이용객이 많아 고속도로를 놓고 전철길을 뚫었나?

민선5기 도지사는 정부에 대고 할 말은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주국제공항의 권리를 어떻게 되찾아 올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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