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통합 만큼 힘든 고속철도 역 이름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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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통합 만큼 힘든 고속철도 역 이름 짓기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7.2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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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역사 명칭 ‘청주오송’ 선호 여론 무시 ‘오송’ 밀어붙이기
지역 브랜드 가치 고려, 통합 이후 명칭변경 가능성도 염두해야

오는 11월 준공되는 고속철도 오송역사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가 여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 오는 11월 완공되는 고속철도 오송역사의 명칭 결정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어 충북도와 청주시·청원군 등 해당 지자체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신설되는 철도역 명칭은 한국철도공사의 역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해 개통 3개월전까지 국토해양부장관과 철도건설사업 시행자에 통보해야 한다.
역명심의위원회는 또 해당 시군의 의견을 수렴하고 2개 이상 시군에 걸치거나 민원 등 특별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각각의 시군과 도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오송역사의 경우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에 위치해 있지만 지역의 특성상 청원군과 청주시, 그리고 충북도의 의견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 역명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이들 지자체에 역명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며 충북도와 청원군은 ‘오송역’으로, 청주시는 ‘청주오송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청원군은 오송에 역사가 건설됐고 생명과학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으로 오송의 지명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청주시는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는 청원뿐 아니라 청주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적극적인 노력의 산물이고 통합시 출범을 대비해 ‘청주’가 역 이름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 반영 요구 무시하는 충북도

청주시와 청원군의 이같은 의견 차이는 역명 심의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는 당초 지난 22일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역사 명칭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논란 끝에 여론조사 등 주민의사를 반영해 재논의키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충북도와 청원군이 제출한 ‘오송역’으로 최종 결정할 방침이었지만 ‘청주오송’을 주장하는 위원들의 문제제기로 결정이 미뤄졌다는 것이다.
결정대로라면 충북도는 다음 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주민들의 여론을 조사해 제출해야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도가 이미 ‘오송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만큼 이에 대한 별도의 여론조사 실시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는 주민의견 수렴은 지난 5월 철도공사에 의견을 제출하면서 청주시와 청원군의 의견을 물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희수 충북도 교통물규과장은 “오송역사의 명칭을 ‘오송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국철도공사에 제출했으며 그때와 입장은 다르지 않다. 여론조사 실시는 그 필요성을 좀 더 따져본 뒤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송역사 명칭 결정이 임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론조사 실시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개통 3개월 전에 역 명칭을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늦어도 8월 초에는 최종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의 이같은 입장은 여론조사 등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할 경우 도가 제출한 ‘오송역’이 아닌 ‘청주오송역’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올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송역’ 의견을 제출한 충북도가 자체 여론조사에서 ‘청주오송역’ 의견이 높게 나타난다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이 이미 의견을 제출한 만큼 한국철도공사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며 “청주·청원 통합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청주오송역 주장이 자칫 청원 주민들을 자극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안 된 고속철 역사 이름 짓기

오송역사 명칭 결정 논의가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됐지만 공론화 되지 않아 숱한 의문을 낳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청원이 의견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지역언론도 침묵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오송역사와 함께 11월 개통 예정인 고속철도 경북 북부 역사는 명칭과 관련한 김천과 구미시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등 지역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속철도 역 명칭은 지역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오송역사는 너무도 조용하게 명칭 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충북도가 의견을 제출한 지난 5월은 한창 지방선거 열기가 뜨거웠고 역사 명칭 결정이 공론화될 경우 청주·청원 통합이 강력한 이슈로 떠오를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선4기 정우택 전 지사는 기업유치 등 경제특별도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선거에서도 이를 적극 부각시키려 애를 썼다. 오송역사 명칭 논란이 선거운동 막판에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공론화 되지 않은 배경을 진단했다.

민선5기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록 이시종 지사가 취임하기 전에 결정된 사안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여론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지사는 이 문제를 당선자 시절 업무보고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크게 비중을 둬 검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청원 통합되면 바꾸면 되지
오송역사 명칭 결정 안일한 자세 비판

오송역사 명칭 결정과 관련한 충북도와 청주시의 소극적인 자세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과 통합 청주시 출범 이후의 상황을 염두해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충북도는 물론 역 이름으로 ‘청주오송역’을 희망한 청주시 조차 청원군민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송역’으로 결정된 뒤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 그때 가서 이름을 바꿀 수 있지 않겠냐는 것.

한범덕 청주시장은 최근 지역 언론사의 취재과정에서 "한국철도공사에 '청주오송역'을 희망 명칭으로 제시했지만 시군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감안해 '오송역'으로 최종 결정되더라도 반대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한 시장은 또 임기내 시군통합이 성사되면 역 명칭도 자연스럽게 청주 지명이 포함된 이름으로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개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종 지사도 “오송의 인지도가 역명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고 낮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청주시도 청원주민들을 의식해 역명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인 만큼 원만하게 결정될 것”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청주·청원 통합 이후 역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또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모든 비용을 전적으로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역 이름을 변경할 경우 로고와 서체, 역사 간판, 이정표는 물론 사무용품까지 모든 것을 교체해야 해 최소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송역사 명칭 결정 과정이 마치 청주시가 청원군에 양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역 이름은 지역 브랜드와 이미지, 나아가 지역경제에도 영향이 미치는 만큼 철저히 따져야 하는 문제다. 이미 제출한 의견을 번복할 수 없다는 충북도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도 문제지만 청주시의 소극적인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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