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설사 “요즘은 노는 게 남는 거죠”
상태바
주택 건설사 “요즘은 노는 게 남는 거죠”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8.11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달 만에 미분양 아파트 1300세대, 계약 해지도 잇따라
한라·대원 분양 미루는 게 상책, 지웰시티2차 착공도 안 해

‘LH공사도 곳곳에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데 민간 업체는 오죽하겠어요. 요즘은 아파트 짓지 말고 손 놓고 노는 게 오히려 남는 겁니다. 호기 부리고 사업 벌이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죠.’
한 주택건설 사업자 Q씨의 말이다.

논이건 밭이건 지어만 놓으면 팔리던 90년대 후반의 호시절을 기억하는 Q씨로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나마 Q씨는 주택건설 시장이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을 빨리 읽어 시공 보다 시행에 주력해 지역업체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검토할 수 있는 사업거리 자체가 바닥나고 있다.

   
▲ 도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가운데 건설사들도 분양이나 착공을 미루는 등 살얼음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Q씨는 “몇 년씩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입주를 앞두고 계약해지가 잇따라 오히려 미분양 세대수가 늘어나는 현장도 있다. 분양을 앞 둔 경우 금융비용 등 자금의 여력만 있다면 시점을 미루고 경기 추이를 지켜 보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그만큼 주택건설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3736세대 미분양, 6월은 5039세대

충청북도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도내에서 팔리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는 5039세대에 달한다. 이는 5월말 3736세대에 비해 1303세대나 급증한 것이다.

청주성화지구에 분양을 개시한 호반베르디움 840세대의 판매실적이 저조하고 음성 대소의 두진하트리움도 407세대 중 절반이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청주 대농지구 지웰시티 계약자 360여명은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계약을 해지해 미분양 아파트 증가율을 높였다.

한마디로 기존 아파트도 안 팔리고 새로 지은 아파트도 안팔리는 상황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분양 주택의 절반 이상이 전용면적 85㎡가 넘는 중대형으로 아파트가 더 이상 재태크 수단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실제 재태크를 위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낭패를 겪는 경우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김 모씨(46)는 지난해 봄 49평형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2000만원이나 손해를 보고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만 체결하면 프리미엄이 붙어 최소한 몇 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해당 아파트 분양이 저조한 데다 역프리미엄마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대출금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도금을 치를 여력이 없어 결국 계약금을 포기한 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중도금 연체에 따른 부담 보다 차라리 계약금 포기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중 미분양 물량이 없는 곳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며 청주 복대 금호어울림의 경우 미분양 물량을 할인 판매하려다 기존 계약자와 커다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착공하지 않았다면 분양 미뤄라

청주 용정도시개발사업 시공자인 한라건설은 이곳에 1406세대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당초 시공사는 신성건설이었지만 부도 이후 한라건설이 사업장을 인수해 공사를 재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라건설은 10월로 예정된 분양시기를 연기할 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쌓였다. 현재의 청주지역 부동산 경기를 감안할 때 10월 분양은 무리라는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애초 분양 계획은 휴가철이 끝나는 8월이었던 것이 슬그머니 10월로 연기된 것이다. 10월 분양도 예정대로 개시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양 연기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얼마나 연기될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율량2지구에 903세대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대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10월 분양을 계획했지만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원은 중대형 평형 기피 선호에 따라 이곳에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율량2지구는 교통을 비롯한 입지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잇는 곳이고 대원칸타빌의 경우 주택 규모도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 건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건설 경기 자체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과 대원이 분양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면 지웰시티2차는 착공 자체를 미루는 경우다.
사업시행자 (주)신영은 중대형 평형 일색의 지웰시티1차와는 달리 지웰시티2차 1806세중 1536세대를 85㎡ 이하 중소형 평형으로 전환해 충청북도의 승인을 얻었다.

당초 연내 분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 착공 조차 않고 있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대형 골치, 아파트 재태크 시대 끝
중고 소형아파트 가격 상승, 주택문화 변화 시작

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추락하는 사이 중고 중소형아파트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조성된지 10년 내외의 택지지구내 소형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주변여건으로 매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용암1지구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지어진지 15년이 넘은 전용면적 60~85㎡ 중소형 아파트도 매매가가 상승하고 있다. 전세는 매물이 없을 정도로 젊은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994~1995년 입주가 이뤄진 용암1지구 전용면적 60㎡ 아파트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매매가가 많게는 1000만원 가까이 상승했고 전세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반면 미분양 아파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아파트는 역프리미엄 발생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업체 관계자는 “대형 평형이 인기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을 기대한 재태크 수단으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 거품이 사라지고 핵가족화로 소형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앞으로 공급될 신규 아파트도 중소형 위주로 대폭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