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미발표 시 수록 북한자료 신빙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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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미발표 시 수록 북한자료 신빙성 없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8.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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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그리워>를 둘러싼 미스테리, 이번엔 반대 주장
지용회, “이은상의 시가 정지용 시로 둔갑했을 수도”
이은상 작사 채동선 작곡의 <그리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본보 (6월9일자, “이은상, 정지용 시 <그리워> 베꼈나”)는 정지용 시인의 미발표 시 <그리워>와 가곡으로 유명한 이은상의 <그리워>전문을 비교해 “너무나도 흡사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정지용의 시는 1920년대 작성됐으나, 이은상의 시는 1960년대 쓴 것으로 확인돼 이은상이 정지용의 작품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지용 시인의 미발표 시 <그리워>는 2002년 최동호 고려대 교수가 북한에서 펴낸 ‘1920년대 시선 3’(평양문학예술종합출판사, 류희정 편 1992)에 수록된 것을 월간문학잡지에 발표하면서 세상에 처음 나왔다. 최동호 교수는 작품에 대해 “<향수>, <고향>등 정지용의 대표작들의 원형으로 보인다. 정지용 동요동시 형태의 초기작품으로 1923년 일본 유학 직전에 쓴 것으로 보인다. 1927년경에 발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용회 박현숙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나온 자료 정지용의 미발표시를 믿을 수 없다. 지용 선생이 북으로 간 뒤 어떠한 글도 남기지 않았다. 지용에 관한 연구도 북에서는 뒤늦게 시작했다. 남한에서 지용이 남긴 글은 이 잡듯이 뒤졌는데 나오지 않다가 북한에서 나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노산 이은상의 시가 북한에서 정지용의 시로 둔갑했다는 것일까. 박현숙 사무국장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고향’과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오히려 북쪽에서 착각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채동선 작곡의 정지용의 ‘고향’이 아닌 이은상의 ‘그리워’, 박화목의 ‘망향’이 실려 있다.

가곡 <그리워>는 원래 채동선 작곡가가 1933년 정지용의 시 <고향>에 곡을 붙여 세상에 내놓았지만, 정지용의 납북으로 시 사용이 금지됐다. 따라서 채동선의 가곡에서도 가사를 바꿀 수밖에 없었고, 박화목의 ‘망향’으로 그 가사를 대신했다. 이후 1964년, 채동선기념사업회에서 채동선 가곡집을 펴내면서 노산 이은상에게 의뢰해 이은상 작사 <그리워>로 수록돼 각각 불려졌다. 채동선 작곡에 우리에게 알려진 작사가만 3명인 셈이다.

현재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가곡 <그리워>가 같은 가락이지만 여러 가사로 다르게 불렸다는 짤막한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가곡은 여전히 박화목의 <망향>이나, 이은상의 <그리워>가 실려 있다. 정작 원주인인 정지용의 <고향>은 빠져있다.

도서출판 태성이 펴낸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박화목 작사, 채동선 작곡의 <망향>이 소개돼 있고, (주)두산이 펴낸 것은 이은상 작사, 채동선 작곡의 <그리워>가 나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정식 전 CBS사장은 “현재 가곡 <그리워>를 둘러싼 논란을 떠나 교과서에는 정지용의 <고향>이 실리는 게 맞다. 옥천군에서도 내 것 찾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용회와 옥천문화원은 해매다 지용문학축제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23회를 맞이했다. 정지용 문학상, 신인 문학상, 청소년 문학상, 백일장 등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학술대회 등을 펼친다.

박현숙 사무국장은 “해마다 지용제에서는 정지용의 <고향>을 불러왔다. 교과서에도 정지용의 <고향>으로 소개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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