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라’ 무형의 신호에 반응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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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라’ 무형의 신호에 반응 각양각색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09.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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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지사, 취임 이후 경제계 인사 한차례도 안 만나
박철용 원장 ‘사퇴’, 이태호 회장은 고수에‘눈총’

이시종 지사 취임 이후 지역 경제계 인사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거취를 고민하는 경제관련 기관단체장들의 시름 섞인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충북개발공사 사장과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 임명이 마무리 됐고 충북테크노파크 원장도 공모작업이 진행중이다.

   
▲ 이시종 지사가 취임후 처음으로 지난 27일 열린 충북경제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공석이었거나 임기가 만료된 충청북도 출자·출원 기관장들의 인사 성격이라면 박철용 충북개발연구원장의 사퇴는 정우택 전 지사 측 인사 물갈이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의 거취가 이 지사 취임 이후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고 정 진 지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충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 등도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지사가 바뀔 때 마다 되풀이 되는 악습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협력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사와 경제관련 기관장이 얼마나 협력체계가 공고하느냐 그리고 소통이 잘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행정적 관계를 넘어서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더욱이 몇 몇 인사들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내 놓고 정 전 지사를 지원했다. 이들과 이 지사가 원만한 관계를 회복해 동반자가 되는 것이 그리 쉽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만날 때가 아니다”

이시종 지사는 취임 이후 2개월여 동안 경제관련 기관단체장들을 만나지 않았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대표 25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 정도로 ‘친 시민, 친 서민’ 행보를 이어간 것과 극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경제문제에 지나치게 비중을 적게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 지사 주변에서는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를 챙기는 것과 기관장들을 만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이 지사는 청주상의를 중심으로 만남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경제계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 한 충북경제포럼 조찬모임도 ‘만남’ 보다는 ‘행사 참석’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하루 앞선 26일 지역 양대 건설단체인 대한건설협회충북도회 김경배 회장과 전문건설협회충북도회 황창환 회장을 비롯, 사무처 집행부와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 관계자는 “이 지사가 경제관련 기관장들과의 의례적이거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만남은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무리 한 뒤 양대 건설협회장 뿐 아니라 사무처 직원들까지 만남으로서 현안을 적극 챙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움직임이 시사하는 것은 경제계 인사들의 물갈이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임기 남았더라도 떠나주면 감사’

충북도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몇 몇 경제관련 기관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당초 최소한 올 연말까지 원장 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던 박철용 충북개발연구원장이 전격 퇴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2학기 개강 직전 사퇴함으로서 그가 재직하던 서원대 교수로 공백없이 강단에 서게 돼 모양새를 갖춘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풀이가 나올 정도다.

박 원장 퇴임으로 가장 거취가 주목되는 인사는 이태호 청주상의 회장과 한충 청주산단관리공단 전무다. 특히 임기 만료가 내년 2월말인 한 전무 보다 2012년 2월인 이 회장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사 주변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지만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 사람 심기나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들이 지나치게 편향된 태도를 보여 온 게 사실 아닌가. 심지어 지방선거 기간 동안 드러내 놓고 상대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드러내 놓고 그만두라고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겠지만 떠나준다면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시종 지사 - 이태호 회장 냉기류 여전
충북경제포럼 눈인사 없이 형식적인 악수만 나눠

이시종 지사가 지난 27일 충북경제포럼 조찬모임에 참석함으로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제계 인사들과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지방선거 이후 어색했던 관계가 개선될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행사가 진행되는 90여분 내내 냉기류가 흘렀다.

이 지사는 맨 앞 테이블에 김형근 도의회 의장, 전영우 청주산단관리공단 이사장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이태호 회장과도 자리했지만 끝내 이 회장과는 눈인사조차 없이 형식적인 악수만 나눈 채 헤어졌다.

한 참석자는 “최소한 이 지사와 이 회장이 동행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다. 이와 함께 도지사라 하더라도 독립기관인 청주상의 회장 거취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도 사실이다.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문제 없을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지방선거기간 중 정 전 지사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업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지사님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계시고 주변에서도 많이 걱정해 주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사 주변으로부터 사견이나 비공식 발언임을 전제로 이 회장에 대한 쓴 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는 등 불편한 관계의 개선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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