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설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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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설의 티
  • HCN충북방송
  • 승인 2010.09.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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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이 글 소재는, 신문 같으면 1단짜리 기사보다 3단 크기 이상의 기사나 해설 및 특집에서, 방송은 리포트 기사에서 주로 발췌된다. 신문의 외부 칼럼이나 대전·충남발 기사는 관심 밖이다. 한데 신문의 얼굴인 사설에서도 종종 티가 드러나거니와 보기 좀 민망한 것도 있다.

동양일보 8월27일자 사설을 보자. <여야가 날 공방을 벌이고 있다. // 가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던 정운찬 총리도 만신창이가 된 물러난게 엊그제 일이다. // 유족의 항의를 받아 쩔쩔 는 사진이 보도됐다. // 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논공행상 나눠먹기식이 아니라 적재적소 배치라는 인사권 견 기능이고 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후보자 모두의 국가관을 검증하는게 옳은 방법이다.>에서 우선 ‘날센, 가계무사, 된체, 견재, 메는, ‘기능이다고’가 문제 된다.

‘견재(→견제)’, ‘적제적소(→적재적소)’ 같은 건 단순 오타일 수 있겠다. 그러나 ‘날센(→날)’은 ‘된체(→된 )’는 각각 자판의 모음 위치, 잦은 혼동 사례로 미뤄 그렇지 않아 보인다. ‘가계무사’도 ‘가(kagemusha,影武者·적을 속이기 위해 대장과 같은 모습으로 위장한 대역)’라는 일본말의 잘못된 표기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제목은 ‘카게무샤’라고 표기됐었다. 이 말보단 ‘이대도강(李代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쩔쩔 메는(→쩔쩔매는)’은 한 단어여서 붙여 쓴다. 또 ‘기능이다고’에서 ‘~이다고’는 ‘서술격조사(이다)+고’ 구조가 아니고 보조사 ‘(이)고’의 오류다. 이밖에 인용문엔 의존명사 띄어쓰기 실수만도 3곳 있고 마지막 문장은 논리 구조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같은 날짜 충북일보 사설 중 <집권 후반기 임덕 현상을 막고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겠다는 구상이다.//합리적인 인사로 인재를 적제적소에 앉혀 군민의 봉사자로 거듭나자는 뜻이 담겨있다.>라는 문장에서 ‘내임덕’은 좀 당혹스럽다. 원래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 현상)인데, 외래어는 두음법칙 적용 예외다. 적제적소는 적재적소(適材適所)다.

<어찌 비난하지 않을 수 겠는가. // 도덕적 잣대는 ~ 준엄해야 함에도 오히려 관용과 이해가 수반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발생하고 있다.>는 이 날짜 충청매일 사설 발췌문이다. 수사법 상 ‘설의법’은 보통 반대의 뜻을 강조한다. 따라서 원문의 맥락은 ‘비난해야겠다’ 뜻인데, 평서문이라면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로, 수사의문문(설의법)이라면 ‘비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로 가야 맞는다. 또 인용문 중 ‘수반되는’이 모호하다. ‘당연시되는,’으로 고치는 게 어떨까.

30일자 충청일보 사설 <김 선수와 오서 코치가 갑자기 결별하면서 무슨 이유 때문에 헤지게 됐을까 하는 추측보도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 김 선수가 그동안 같이 해온 코치가 마음에 안들으면 당연히 교체할 수 있다>에는 맞춤법 실수가 2군데 있다. ‘헤지게’지 ‘헤여지게’가 아니다. ‘안들으면’은 ‘안 들면’으로 고치고 띄어 써야 한다.

중부매일 30일자 사설 <음주단속이 크게 강화됐음에도 불구 좀처럼 음주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에서는 ‘불구’를 부사처럼 쓰면 안 된다. ‘불구하고’라고 쓰든가, 아니면 사족이므로 아예 버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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