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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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예쁘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09.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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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회 (주)지플러스 대표

   
독수리, 기러기, 펭귄, 참새…오늘날 아빠앞에 많이 들어가는 수식어가 되어버린 동물들이다. 기러기 아빠는 너무나 잘 아실거고, 독수리 아빠는 경제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족들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펭귄 아빠는 가족이 보고싶어도 날개(돈이)가 없어 날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아버지, 참새 아빠는 외국으로 보낼 형편이 안돼 강남에 아내와 아이만 유학을 보낸 아빠 (멀리 못 돌아다니는 참새 같아서)를 말한다. 공감이 가는듯 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신조 유행어다. 좀 더 있으면 메추리 아빠도 나오지 않을까?

몇 달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일가족 자살관련 보도를 접했을 때는 더욱 더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 같았다. 세 모녀는 2002년부터 유학을 했고 아버지가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 보낸 전형적인 기러기 가족이었지만 생활고를 겪으면서 세 모녀가 자살을 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갔던 아버지 마저도 스스로 생을 마감 한 것이다. 이제 기러기 아빠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형태가 되어버렸다.

기러기 가족은 우리나라의 치열한 교육열이 만들어낸 세계 유일의 가족형태일 것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라면 가족의 틀을 깨뜨리고 생이별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대단한 우리 부모들의 특별한 자식사랑법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아버지들은 가족이라는 집단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아니라 부양을 책임져야할 가족 구성원중의 한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2004년에 사업확장을 위해 중국의 북경에 한·중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해외근무를 나간 적이 있다. 10년간 합작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회사가 안정되면 합류할 계획이었다. 합작회사의 부총경리(부사장)를 맡고 있는 나로서는 매일밤 12시전후가 되어야 피곤하게 집으로 들어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럴 때마다 항상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었다. 또 한국의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2개월 정도 지나서 였을까.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생활 빨리 정리하고 애들과 함께 북경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3개월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한집에 살고있었다. 당시 하루를 살아도 같이 사는 게 가족이지 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고 아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에 그렇게 빨리 합류할 수 있었다.

사실 회사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후 가족들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나 역시 본사에 복귀하였다. 사업이 뜻했던 대로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합작법인을 청산했기 때문이다.

해외근무로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기에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 누구도 나를 원망하거나 후회하지도 않았다. 특히 애들은 학교 때문에 다시 적응하느라 가장 힘들었을텐데……오히려 가족들은 나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 이며, 박카스같은 존재였던 것같다.

물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자식이 잘되는 것을 싫어할 부모들이 어디 있겠는가? 단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너무 일찌감치 아버지들의 인생을 희생하며 올인하는 것이 안스럽고, 또 그 결과가 안좋았을 때 허탈감이 무엇으로 나타날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요즘은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이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동생의 희생이라고 한다. 물론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얘기지만 아빠 존재가치는 참 없어 보인다. 또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쨌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브라보 아빠의 인생’을 바라는 가족의 의미도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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