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번호이동성제도 허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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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번호이동성제도 허와실
  • 김명주 기자
  • 승인 2004.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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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갑신년(甲申年) 새해가 밝으면서 각 이동통신 업계는 전쟁에 돌입했다. 번호이동시차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기존에 SK 텔레콤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KTF와 LG 텔레콤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 텔레콤은 오는 6월 30일까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KTF나 LG 텔레콤은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KTF나 LG 텔레콤의 입장에서는 이 기간이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으나 고객 확보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어쨌든 KTF, LG 텔레콤이 호기(好期)나 적기(適期)로 생각하는 지금, SKT를 따라잡지 못하면 6개월 후 SK는 반격을 가할 것이다.
 (편집자 주)


정보통신부는 올 1월 1일부터 번호이동성제와 번호통합성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이동통신 업계 3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가입자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쓰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업체만 바꾸는 것이 번호이동성제도이다. 이를 실행하면서 지난 1월 5일자로 전국 4만 여명, 충북의 경우 1000여명이 SKT에서 016(KTF), 019(LG 텔레콤)로 이동했다. KTF(전화국을 통해서만 이동한 경우)로 통신회사를 옮긴 인원은 전국 2만 2000여명, 충북은 750여명이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LG 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도 수도 KTF와 비슷하다.

번호이동성제도 ‘허와 실’
지난해까지 소비자들은 통신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고유번호를 갖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SK는 절대적 우위에 서 있었다. 즉 011번호를 갖고 있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정통부는 통신업체를 대변하는 고유번호를 없애는 번호이동성제도와 신규가입시 3개의 이동통신업체 중 한곳을 택하고 평생번호 010을 사용하도록 하는 번호통합성제도를 도입했다.

KT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김기정(25)씨는 “아무래도 번호이동성제도를 택하는 고객이 많다. 종전에 쓰던 번호를 바꾸지 않고 쓰기를 원하는 고객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통신업체를 바꾸고 싶어도 번호를 변경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기 때문에 기존 번호 고수를 위해 통신업체를 바꾸지 않는 소비자가 대다수였다는 것.

5년 동안 011을 사용해온 장기고객 조지영(27)씨는 “그동안 쌓인 포인트 점수도 있고 번호를 바꾸면 당장 주변 사람들과 연락하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남자 친구는 016을 사용하기 때문에 할인이 많이 되는 커플요금제를 사용하지 못한다. 사실 016 ‘무한 커플 요금제’가 커플들에게는 경제적인 도움이 많이 되지만 사용 업체를 바꾸게 되면 기계를 다시 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SK 대리점에 근무하는 A(30)씨는 “번호이동성을 실시하고부터 소비자로부터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이동통신업체를 이동할 경우 핸드폰을 다시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짜폰이 아니냐, 왜 기계를 다시 구입해야 하느냐 하는 문의가 들어오는데 그것은 타 업체에서 사용자 유치에만 힘쓰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반응했다. 또한 SK 관계자는 “14일 내 업체 이동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10% 정도가 통화 품질을 이유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후발 업체를 위한 완전 경쟁이다”
SK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54.3%, KTF는 31.4%, LG 텔레콤은 14.2%로 SK는 해마다 점유율이 느는 반면 두 업체는 주는 추세였다. 한마디로 SKT는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정통부는 ‘번호이동시차제’를 도입해 지난 1월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는 011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016, 019로 이동할 수 있고, 7월 1일부터는 016에서 011, 019로 이용업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또 내년 1월 1일부터는 019를 사용하던 소비자가 011, 016으로 업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차별화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LG 텔레콤 관계자는 “하늘이 준 기회로 생각한다. 후발 업체를 위한 정부의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강조했다.

KTF와 LG 텔레콤은 6개월 간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면 SKT의 추격을 받을 것이라는 긴장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KTF 관계자의 대답은 이렇다. “정부에서 이동통신업계의 완전경쟁을 위해 이와 같은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가입자 수를 늘리지 못하면 이런 기회를 갖기 어렵다.”이동통신업계 중 가장 후발 업체인 LG 텔레콤 관계자는”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전산장애로 인한 업무 지연
번호이동제를 실시한 이틀째 SKT에서 016이나 019로 이용업체를 바꾸려고 하자 전산장애가 일어나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LG 텔레콤 대리점에 근무하는 신모씨는 “011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019로 업체를 옮기려면 011과 했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그런데 전산장애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연됐다. 그냥 돌아가려는 손님을 잡아두느라 진땀을 뺐다. 전산복구를 요청하기 위해 SK에 여러 번 문의를 했다”고 밝혔다.
전산장애로 애를 먹었던 것은 KTF도 마찬가지다. “(1월 6일자로) 번호이동제, 혹은 010으로 통합하기 위해 하루에 몇 십 명의 고객이 찾았다. 의도된 바인지 단순한 전산장애인지 (SK측 전산에서)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개통이 늦다는 이유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도 있었다.”
이에 대해 SK 텔레콤측은 “언어이동지원센타에서 공식 발표했듯이 갑자기 전산처리가 업무가 폭주하다보니 장애가 일어났던 것이다. 현재도 전산업무가 집중돼다 보니 지연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 후 몇 차례 KTF, LG 텔레콤 일부 대리점은 전산 장애로 업무가 지연됐다.

현재 이동통신회사간의 전쟁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어떤 회사의 서비스, 기지국, 요금제를 사용할 것인지는 좀 더 고려해 볼 것이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기존 사용업체를 고수한다는 목소리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바꿀 의사가 있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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