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빈집 매입해 예술공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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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가 빈집 매입해 예술공간 만들어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9.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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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수암골 번영회 통해 수익사업 전개 의지 밝혀
배지공장·공방 프로그램 활용해 관광상품 제작 계획도

현재 수암골에는 청주시한국공예관이 지역작가의 작품을 팔 수 있도록 이동식 가판대를 깔아 놓았지만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1~3만원대 도자기 컵, 스카프, ‘직지’를 모티브로 한 한정판 이상봉 티셔츠, 열쇠고리 등을 팔고 있다.

▲ 청주시와 충북도는 수암골을 한류 관광지로 조성하는 등 주민들의 이익을 위한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통합적인 계획과 전망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수암골에서 운영되는 포장마차. / 사진=육성준 기자
수익금을 지역주민과 지역작가가 가져가도록 했지만 ‘수암골’과 연관성을 찾기 힘든 작품들인지라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팔봉제빵점에서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주인공들이 새겨진 5000원 미만의 컵이 잘 팔리고 있지만, 원래 판매 가격보다 저렴한 2만원대의 유명 지역작가 작품은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이다.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수암골의 한 주민은 “하루에 한 개 팔기도 쉽지 않다. 구경만 할 뿐 구입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작가 공예작품엔 시큰둥

수암골에는 과거엔 성행했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오래된 배지 공장이 있다. 따라서 이광진 문화기획자는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공장장과 금속공예작가가 기술매칭을 통해 수암골을 상징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사업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곳에서는 수암골 공방이 2년간 진행돼 주민들이 그동안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지역민이 만드는 문화상품은 수암골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밖에 지역의 문화전문가들은 “시가 빈집을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라”고 조언한다. 현재 빈집은 10채 정도다. 이에 시 관계자는 “대부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행정상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빈집을 매입해 예술가들에게 임대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부터는 시가 사업 예산을 세워 수암골 주민들이 동네 공공근로 사업을 한다거나, 마을 알리미로서 관광지를 설명하는 안내자 역할 등을 맡게 될 예정이다.

충북도는 수암골을 한류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사업을 짜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아시아 6개국과 판권 계약을 완료했다. 앞으로 밀려드는 한류 관광객을 위해 코스개발 및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며 “주민들이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암골을 놓고 통합적인 계획과 전망은 그려지지 않은 채 각각의 부서에서만 민원을 처리하는 형국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대성동~수암골 잇는 슬로우 벨트 조성해야”
변광섭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 총괄부장

“수암골은 도심 속 ‘슬로우 시티’로 차별화될 수 있으며 50~70년대 근대 역사문화와 생태가 잘 조화된 곳이다. 근대를 대변하는 콘텐츠를 배치한다면 전국단위 관광지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로도 커나갈 수 있다.”

변광섭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총괄부장(사진)은 수암골이 로렐라이 언덕, 몽마르뜨 언덕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문화관광명소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자기한 작은 공방, 갤러리, 미술관, 서점 등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 50m, 100m마다 만날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문화상품을 개발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변광섭 부장은 “느림의 미학을 바탕으로 수암골이 주민, 예술가, 방문객들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스토리텔링 및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암골 뿐만 아니라 서운동의 한옥거리를 특화, 대성동의 전통체험장 운영 및 오래된 건물 개방, 수동의 돌담길 조성, 안덕벌 문화예술의 거리, 동부창고 아트팩토리 조성 등 그야말로 인근 지역을 ‘슬로우 벨트’로 조성해 문화존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광섭 부장은 “콘텐츠를 만들면 언제든지 드라마를 유치할 수 있다. 수암골에만 매몰되서 생각하면 안 된다. 이미 2편의 드라마가 찍었고 수암골의 이미지는 다 소진됐다. 도시가 갖지 못하는 우성인자를 개발해 먹물이 한지에 번지듯이 자연스럽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슬로우 벨트 축제와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기획이 이곳에서 벌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교육 공동체로서 가능성 엿봐야”
이광진 수암골 벽화프로젝트 최초 기획자

“시가 일차적으로 빈집 및 유휴공간 매입에 나서야 한다. 부지를 매입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빈집을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값에 임대하는 방안을 짜야 한다.”

이광진 기획자(사진)는 2008년 민예총 예술가들과 수암골 벽화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지금은 가경동 시장에서 문화를 매개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이른바 ‘문전성시’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그는 “수암골은 문화예술교육 공동체로서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암골 주민과 문화를 접목해 수입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수암골 삼충상회 앞에서 현재 주민들이 운영하는 주막은 남의 땅이다. 이곳을 정식으로 임대해 ‘수암골 밥상’을 운영할 수 있다.”

수암골은 수암골 번영회라는 법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당장 수익사업을 벌여도 된다는 것. 공동사업장에 마을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일거리창출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배지공장과 수암골 공방 등을 활용한다면 수암골 주민들이 자체적인 문화상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광진 기획자는 최근 건국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가 추진하는 사업에 ‘수암골 관련 프로젝트’로 신청서를 냈다. 현재 서류심사가 통과돼 실사만 남겨져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4000만원, 내년 1000만원을 지원받아 수암골 관련 프로젝트에도 탄력을 줄 예정이다.

이 기획자는 “예전엔 수암골을 검색하면 호평이 많았지만 지금은 벽화가 허접하니, 관광지로서 불편하다는 얘기가 다수 올라가 있다. 사람들이 팔봉제빵점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탁구빵만 사러오지 정작 벽화와 수암골 주민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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