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를 통합하는 문화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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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를 통합하는 문화예술교육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9.2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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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민관, 세타가야 문화재단

<글 싣는 순서>
1. 폐교의 부활
①양평 조현․세현 초등학교
②일본 니시스가모 창조건물
2. 일본 공민관, 세타가야 문화재단
3. 토리데시 아트 프로젝트
4. 창조도시 요코하마의 비전
5. 충북 문화예술교육 현주소

공민관, 회갑을 넘긴 문화예술교육기관
한국의 주민자치센터, 평생학습원과 닮음꼴
주민․직원들과 함께 프로그램 운영․홍보 나서

일본의 공민관은 오래된 조직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 1946년에 만들어졌으니 환갑의 나이도 훌쩍 뛰어넘었다. 당시 전쟁으로 일본 전역이 폐허가 됐을 때 국민들에게 문화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공민관은 생겨났다. 1949년에는 일본 사회교육법이 생겨나 법적인 근거도 마련된다.

1950년대 공민관은 전국 1만 8000곳까지 늘어나 작은 마을 구석구석까지 파고든다. 현재 공민관은 1만 7000곳이 있는데, 전국의 중학교 숫자보다 많다. 공민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부중심이 아닌 민간, 즉 지역사회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공민관은 1949년부터 주민참가시스템을 만들고 주민들 스스로 공민관 심의회도 만들었다. 공민관 설치돼 있는 곳은 공민관 심의회도 같이 운영된다.
나가사와 세이지 치바대학 교육학부 교수는 “지역주민이 지역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민관의 설립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숫자보다 많아

   
▲ 나가사와 세이지 교수는 공민관의 설립목적은 지역주민이 지역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공민관의 슬로건은 ‘실생활에 접목되는 문화교육을 펼치자’다. 일본사회도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 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나가사와 세이지 교수는 “아동과 학생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도록 현재의 어른들이 고민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지역사회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짠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공민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림, 꽃꽂이, 다도, 댄스, 젊은 엄마들의 모임, 환경문제 생각하는 모임 등 다양한 문화적 서클모임이 이곳에서 활동한다. 한국의 문화원이나 도서관 내 동아리 활동과 비슷한 부분이다.

다만 활동 방향이나, 협력하는 기관이 전방위적이다. 또한 공민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민관 직원과 주민이 함께 만나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젊은 부부들이 사회생활로 인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공민관에서 아이들의 서클을 조직해 양치방법과 스킨십을 알려주거나, 지역신문에서 어떤 강좌를 여는데 주민들이 주인이 돼서 프로그램을 짜고 홍보하는 식이다.

공민관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은 결국 지역문화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나가사와 세이지 교수는 “오키나와 공민관의 경우 해마다 추석 명절 때 전통춤 ‘에이사’를 젊은 친구들이 춘다. 이는 어린아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행사는 지역문화를 계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민관의 정부지원금은 제로다. 1997년 고이즈미 총리 때 폐지됐다. 따라서 지금은 지자체 비용으로 공민관을 운영하고 있다. 공민관은 의무교육과 다른 곳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지원이 천차만별이다.

공민관은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보인다. 재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전문인력들이 활동하는 데도 한계를 드러낸다. 정규직 채용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나가사와 세이지 교수는 “일본 대학에서는 사회교육사를 양성한다. 그렇지만 교육을 받은 사회교육사가 공민관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부분에서 오류가 생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본사회는 지자체 통합바람이 불면서 3천700개의 읍면으로 나눠져 있던 것이 1천700개정도로 합병됐다. 합병으로 인해 학교가 없어지는 경우 등 지역사회의 변화 때문에 공민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나가사와 세이지 교수는 “시골 마을에 공동체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공민관 밖에 없는 곳도 있다. 공민관은 지진 대피장소가 된다거나 나이 많은 분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자체가 공민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공민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공민관과 한국의 주민자치제도, 평생교육센터 등을 비교한 책을 일본과 한국에서 내기도 했다. 나가사와 교수는 “한국에도 주민자치센터가 있는데 기관에서 컨트롤 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단체로서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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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와 생활문화공방
초등학생 대상 댄스, 연극 워크숍 연중 진행
관객, 전문가와 무대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세타가야 문화재단의 ‘퍼블릭 씨어터’와 생활문화공방은 젖병을 든 아이부터 허리가 굽은 할머니까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세타가야 구는 인구 80만으로 고급주택가가 위치한 월 소득이 높은 구이다. 97년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문화적인 바람이 일었고, 지속적인 주민들의 요구가 맞물려 재단이 설립됐다(97년 4월).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구와 현이 함께 ‘종합 극장’을 만드는 것이 추세였다. 종합극장의 경우 대관 위주였지만 점차 이용자가 직접 문화를 만들고 창조하는 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 세타가야 문화재단 극장부장 카지야 카주유키 씨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의 경우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펼친다. 세타가야 문화재단은 700명 수용 극장, 200명 수용 소극장, 생활공방 시설 등 3가지로 나뉠 수 있으며 인근에 미술관과 문학관도 관리하고 있다. 퍼블릭 씨어터는 공공극장 중에서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퍼블릭 씨어터 안에는 의상을 만드는 곳도, 도구를 만드는 작업장도 따로 있다. 의상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 스텝이 따로 있어 시민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세타가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극, 댄스 워크숍이 연간 열린다.

세타가야 문화재단 극장부장 카지야 카주유키 씨는 “세타가야 구 퍼블릭 씨어터는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이것이 목적이자 역할이다. 학교 선생님과 강사들이 협력해서 공연 및 프로그램 운영하는 것이다. 교육적인 측면을 강화시켜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 맺기, 지역사회 공헌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2009년 안내책자를 보면 예술가들이 학교를 172일 찾아갔다. 방학기간을 빼면 1년에 절반 이상은 학교에 간 셈이다. 여러 팀들이 학교에 방문하는 데 연간 4000명 정도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참고로 세타가야 구 초등학생은 3702명이다. 학교에 꼭 가지 않더라도 공연과 관련한 워크숍이 마련돼 있다.

일반인들의 참가회수가 높은 편인데 무대예술, 제작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참여한다. 연간 80강좌가 열린다. 이처럼 퍼블릭 씨어터 안팎으로 활동이 벌어진다. 세타가야 구에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은 있지만 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민오케스트라, 연극단은 없다. 하지만 구 사람들 20%정도가 참여할 정도로 인가가 높다.

세계를 배우는 ‘디자인’

   
▲ 세타가야 문화재단 생활공방 실장 스즈키 리츠코 씨
생활공방의 프로그램은 디자인을 통한 ‘라이프 스타일’을 재창조하는 게 컨셉트다. 스즈키 리츠코 생활공방 실장은 “생활 속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일상 생활 속에는 디자인된 것들이 많다. 전통공예부터 첨단공예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전 세계를 생각하고 있다. 자기와 다른 문화를 생각했을 때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 석불의 사진을 찍어 전람회를 연다거나, 한복 및 전통의상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 장소는 세타가야 재단의 워크숍 장소였다. 의자는 가볍고 움직이기 쉽도록 만들어졌고, 바로 옆에는 조리시설을 갖춘 공간이 있었다. 스즈치 리츠코 씨는 “키친은 어떠한 물건을 만든다는 경험을 주는 곳이다. 생활가까이에 디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회 워크숍 참가인원은 30명.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간 100회 이상 열린다.

학생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만들기, 지역 내 자동차 기업과 함께하는 전기자동차 교실, 어른들을 위한 동인도 댄스 강습과 음식체험, 창의적 간식 만들기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세타가야 문화재단은 구의 예산 지원(50~70%)과 극장 대관ㆍ티켓 수입, 프로그램 참가비, 후원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극장 제작스텝 40명, 기술자 20명, 아르바이트생 등 총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세타가야 피블릭 씨어터와 생활공방의 연간운영비는 12억~13억엔이다.

   
▲ 학생들의 간식에 아이디어를 결합해서 ‘간식을 상품화’ 하는 프로그램이다. 센베(동그란 과자)를 어떻게 잘라먹을까, 작은 케잌을 맛있게 보이는 방법 등을 고민했다.

   
▲ 혼다 자동차의 기술자와 아이들이 함께 실제 포뮬러 카를 해체하고 다시 합쳐, 나중에 실제카레이스 시승장소에서 시승했다. 지역시민과 기업, 전문가, 단체가 연결돼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축제도 만든다
이러한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와 생활문화공방은 캐로트 타워 26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이 건물은 세타가야 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다. 주변이 다 상점가로 10개 정도가 연결돼 있을 정도로 번화한 곳이지만 한때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 세타가야 문화재단이 개관하면서 죽었던 상권도 되살아났다. 세타가야 아트 타워에서는 해마다 ‘신차 대도회’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14회째를 맞이해 10월 16일~17일에 상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여 개최한다. 축제를 보러오는 사람은 약 16~17만이다. 이러한 이벤트는 지역사회의 트러블을 해소하기도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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