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센터, 공간만 쪼개면 랜드마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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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센터, 공간만 쪼개면 랜드마크 되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09.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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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용역 의지해 종합적인 마스터플랜도 없이 진행
지역여론 ‘자문’에만 그쳐…민-관 추진단 구성해야
옛 국정원 부지는 2014년까지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한다. 청주시는 지난해 문화관광연구원 용역을 통해 박물관, 미술관, 체육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 구성 기본계획안을 갖고, 2014년까지 BTL(민간투자유치)사업으로 380억원 들여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문화부와 국회 예산승인을 받았으며 예산은 국비 49%, 시비 51%다.

하지만 공간을 박물관, 미술관, 체육시설을 나눠 이른바 ‘복합문화센터’를 만드는 것 외에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어 지역예술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 없어
복합문화센터는 연면적 1만 2880m²에 박물관 미술관은 같은 건물로 1만 833m², 체육시설은 2000m²를 차지한다. 시 관계자는 “박물관은 근현대 박물관, 미술관은 현대미술관인데 어린이미술관, 시민갤러리를 포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옛 국정원 부지에 박물관, 미술관, 체육시설로 나눈 ‘복합문화센터’가 세워지지만 공간 구성외에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어 지역예술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부지를 쪼개 쓰는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시에서 최근 주최한 미술인 간담회에서 제기됐다. 손순옥 충북민족미술인협회장은 “먼저 복합문화센터의 성격규정부터 해야 한다. 미술관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공간이다. 박물관이 ‘근현대’가 테마인데, 미술관은 현대 미술관이라는 설명도 우습다. 또 박물관은 국립청주박물관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대학별로 다 있다.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주·청원이 통합됐을 때 복합문화센터가 시립미술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도시 디자인 관점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지역문화예술계의 이쪽, 저쪽 의견을 수용한다고 공간만 쪼개놓으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재관 전 청주대 교수는 “복합문화센터라는 말 자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콘텐츠 없이 건물부터 짓는다는 발상이 문제다. 또 대청호미술관, 예술의전당과 같은 지자체에서 만든 전시공간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 때 미술관 공간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미술관은 도시에 예술대학이 건립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며 “미술관은 하나의 독립된 프로젝트다. 미술관은 또 다른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센터’가 될 수 있는 시립미술관을 만들고, 별관 형태로 기존 미술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짜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재관 전 교수는 “어린이 미술관을 따로 두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어린이 미술 관련 프로그램은 하나의 프로젝트 성격을 띤다. 미술관이 생기면 당분간 세계적인 수준의 기획전시를 통해 작품을 구매해 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물창고 전락해선 안 된다
박물관 관계자들도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려면 지금부터 추진단을 구성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명 국립청주박물관장은 “우선 박물관 관계자로서 지역에 박물관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콘셉트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유명무실한 곳이 될 수 있다. 박물관의 경우 2개의 기획전시실을 두어 작품이 교체되는 시기에도 전시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상 청주시에만 국립청주박물관, 백제유물전시관, 고인쇄 박물관 등이 있지만, 전시가 교체되지 못해 ‘유물창고’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주복합문화센터의 근현대 박물관은 청주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의 역사를 보여주고, 국립청주박물관 유물을 임대해 채울 계획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박물관이 미술관보다 차지하는 면적이 더 넓다. 이에 시 관계자는 “미술품은 벽에 걸기 때문에 공간이 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건물은 2000년 시가 37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후 도시과에서 관리하다 2006년 문화시설이 되면서 문화관광과에 맡게 된다. 시민종합문화회관과 중저가 비즈니스형 호텔, 여성발전종합센터, 직지기반시설조성 등 같은 공간을 두고 다양한 그림이 그려졌지만 지난해 민선 4기 때 ‘복합문화센터’로 가닥을 잡는다. 남상우 전 시장의 공약이 박물관, 시립미술관을 짓는 것이었고 이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으로 국정원이 낙점된 것이다.

용역으로 콘텐츠까지 정해
청주시는 이미 문화관광연구원에 두 차례의 용역을 발주했다. 복합문화센터로서의 기본 방향을 잡고 시작한 용역이었다. 2009년 2월 기본 평수 및 공간 구획에 대한 용역을 한차례 했고, 8월에 타당성 용역도 거쳤다. 현재는 구체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별도로 청주시의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지만 공개적인 자리인 공청회, 토론회 등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시와 문화관광연구원이 방향을 잡은 후, 지역의 의견은 ‘자문’받는 정도 그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4월에 박물관, 미술관, 조경, 건축 등 전문가 20명 내외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한차례 열었고, 6월에는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는 건축, 환경, 문화 등 각계 공무원들로 구성된 추진단을 따로 구성하고 있지만 여기에 민간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추진단에서 내용을 정하고, 전문가의 의견은 필요할 때 듣는 구조다. 앞으로 추진단을 민-관 방식으로 운영하라는 여론이 있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간 구성 변경에 대해서는 “국회까지 간 사항이기 때문에 어렵다. 복합시설로 하기 때문에 문화부에서 당초예산보다 10%도 더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두고 이해관계들이 얽히고 의견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청주시가 이러한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공개된 논의의 장을 열고, 지금부터 콘텐츠를 민-관이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풀지 못한 지역의 숙제를 외부 용역기관이 정답을 내려주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BTL(민간투자유치)사업 어떻게 전개되나?
BTL(민간투자유치)사업의 과정은 복잡하다. 올해 연말 안으로 시설사업기본계획(REF)가 나오면 고시해 민간사업자가 참여하게 된다. 민간 사업자는 1차 서류평가와 2차 기본설계 등을 제출해 제3의 기관(CM)이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CM은 일반회사의 감리와도 같은 것인데 공공기관의 경우 협상에서 준공까지 맡게 된다. 이렇게 준공이 되면 청주시에 건물 일체를 기부채납하게 되고 20년간 민간건설회사가 쓴 사업비는 20년간 원금,이자에 한해 균등 분할상환하다. 건물 운영은 시에서 맡지만, 건물 보수 및 관리는 민간 사업자가 20년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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