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 아닌 내 떡의 소중함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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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떡 아닌 내 떡의 소중함 알아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10.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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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경제사회부 기자

화려하게 시작된 대충청방문의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최근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관람객 50만명을 돌파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충북도는 대충청방문의 해를 성공리에 치르기 위해 도비 27억원을 비롯해 국비·시군비 포함 총 173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또한 충남·대전과 함께 9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91개의 자체사업을 편성했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경제활성화를 방안으로 관광산업을 꼽고 있다. 지역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연계해 모두들 최고의 관광지라고 선전한다.

충북도도 대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지역의 관광상품을 소개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지난주 취재를 위해 운보의 집을 들렀다. 동양의 피카소로 불리는 운보,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운보가 직접 만든 운보의 집은 운보가 말년을 보냈다는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관광상품이다. 하지만 지금 운보의 집은 드라마 촬영지 효과 외에는 어떤 효과도 더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와 관계자들이 무심히 방치한 동안 운보의 집에 운보의 색은 지워지고 있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속이 훤히 드러난 안채 처마만큼 운보의 집의 관광효과도 상처를 입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의 생모 거처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이 생겨났지만 그보다 훨씬 많았던 운보의 미술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던 관람객 수는 크게 줄었다.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운보의 집과 초정약수는 청주공항과 가장 인접한 관광지다. 미술계 거장의 숨결과 세계 최고의 광천수 목욕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경쟁력을 갖춘 관광상품이다.

하지만 초정약수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스파텔을 비롯한 초정리 목욕탕들은 손님이 끊겨 모두 문을 닫고, 겨우 한 곳만 운영 중에 있다. 초정리의 몰락은 운보의 집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한다. 친일 논란을 벌이고, 소유권·관리권 논쟁을 진행하는 동안 운보의 집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함께 초정리 광천수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충북도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느라 바빴겠지만 특별한 이벤트 없이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소중한 지역의 관광인프라는 무관심 속에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던 것이다.

남의 떡만 부럽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떡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충북도와 청원군 그리고 문화계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차려놓은 밥상도 먹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대충청방문의 해는 올해로 끝나지만 충북관광은 2010년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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