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모이는 도시는 시민도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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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모이는 도시는 시민도 예술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0.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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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과 오픈스튜디오 병행…시민참여형 프로젝트
시민·예술가·토리데 시 3자 동등한 위치 진행 눈길
인구 11만의 작은 도시 일본 이바라키현 토리데 시에서는 지난 10년간 아트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낙서가 흉흉했던 골목에 9개의 벽화가 그려졌고, 지역 내 기업 동일본 정유회사의 가스탱크에는 토리데 시의 풍경이 새겨졌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별 다른바 없다. 그런데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의 10년 역사가 특별한 까닭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예술가가 주도하고, 시민들은 단순한 참여자 또는 교육프로그램의 대상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스태프가 돼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맡는 등 활약상이 눈부시다.

<글 싣는 순서>
1. 폐교의 부활
①양평 조현․세현 초등학교
②일본 니시스가모 창조건물
2. 일본 공민관, 세타가야 문화재단
3. 토리데시 아트 프로젝트
4. 창조도시 요코하마의 비전
5. 충북 문화예술교육 현주소

동경예술대 캠퍼스 원동력
토리데 시에 1991년 동경예술대 제2캠퍼스인 토리데 캠퍼스가 생긴다. 1992년 첨단예술표현과라는 새로운 전공이 생기고 1학년 학생들부터 토리데 시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이들의 ‘이주’는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 토리데 시 벽화는 동경예술대 학생들이 디자인을 내면 시민들이 최종안을 선택해 같이 작업한다.

   
▲ 쿠마쿠라 스미코 실행위원장은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 시, 동경예술대 3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8일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 사무국(tapino)에서 만난 실시위원장 쿠마쿠라 스미코(동경예술대 음악학부 교수)씨는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 시, 동경예술대 3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점이다”고 설명했다. 토리데 시 문화예술과 담당직원이 프로젝트의 운영스태프로 참여하고 있으며, 2주에 한번 씩 3자가 모여 의사결정을 한다. 그래서 골목에 벽화 하나를 그려도 오랜 ‘논의과정’을 거친다. 동경예술대 학생들이 디자인 시안을 내놓으면 시민들이 최종안을 결정하고, 벽화를 작업할 때는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한다.

쿠마쿠라 스미코 위원장은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가 이 마을에 남긴 것은 동경예대를 졸업한 아티스트들 내지는 참가한 예술가들이 다시 한번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예술하기 좋은 도시 이미지는 도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티스트들이 모이고, 그로 인해 예술문화관계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지이 토리데 시장은 “토리데시는 캐논사, 기린 맥주 등이 들어오면서 1975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다. 도쿄에서 가까운 주택지라는 특징(조방센 열차로 45분 거리)이 있고, 예술대학이 위치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예술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고 말했다. 토리데 시청은 해마다 동경예술대 첨단예술표현과 학생의 졸업 작품을 구매해 시청 내에서 전시하고 있다.

   
▲ 후지이 시장은 토리데 시 당국은 문화예술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시민들은 예술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행형’프로젝트 지향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는 1999년부터 시행됐다. 첫 해는 토리데시 아트 리사이클 프로젝트라고 해서 버려진 자전거에 무지개색을 칠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동경예술대 1학년 학생들과 전국 공모작가, 지역 거주 작가들의 아뜰리에를 이 기간에 오픈하는 이른바 ‘오픈스튜디오’행사도 함께 벌였다. 이후 2000년에는 공모전, 2001년에는 오픈스튜디오, 2002년에는 다시 공모전 등 번갈아가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졌던 지역 작가들도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진행형’ 프로젝트를 지향했다. 2002년엔 ‘강을 알고 배운다’를 테마로 예전에 사용했던 일명 ‘삽바배’를 다시 사용해 다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벌였다.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에 특히 남자 스태프의 참여가 두드러졌다고. 2004년에는 토리데 시 사람들의 삶의 근간을 이뤘지만 지금은 쓸모없어진 대나무를 숲에서 잘라와 시 중심가에 가마를 만들어서 시민들과 함께 숯을 만들었다.

학원프로젝트 통해 시민 교육도
무엇보다 2004년 토리데 아트 학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시민들의 문화적 의식을 깨운 것이 전환점이 됐다. 아트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토리데 현장에서 배워보지 않겠습니까’라는 홍보물을 뿌렸고, 이를 보고 온 사람들에게 이른바 인재육성 수업을 펼쳤다. 지금은 학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토리데시로 옮겨와 살면서 기획관련 일을 하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이즈음 토리데 시도 점차 변화한다. 2006년에는 시의 유휴공간인 오수처리장, 빈 건물 등을 예술가들의 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해준다.

   
▲ 2005년 동일본 가스 주식회사의 가스탱크에는 토리데 시의 자연환경이 그려져 있다. 공모를 통해 최종 동경예술대 학생 작품이 선정됐는데, 동일본 가스 주식회사에서는 토리데 아트프로젝트에 ‘가스’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 이노단지 내에서는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다. 일상으로 들어간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바로 '이노아티스트 빌리지'다.
2008년에는 좀 더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예술가들이 이노단지로 입주한다. 이노단지는 일본의 전형적인 주상복합아파트로 1969년에 세워져 2112세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이노아티스트 빌리지’가 탄생한다. 또한 같은 해 아트프로젝트 사무국(tapino)이 이노단지 내 빈 은행건물에 자리 잡는다.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는 첫해에는 아뜰리에가 21곳이었지만 지난 2009년에는 51곳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한국의 스톤앤워터가 펼치고 있는 석수아트프로젝트(SAP)와 연계돼 한국작가들을 이노아티스트 빌리지에 초청하기도 했다.

쿠마쿠라 스미코 위원장은 “올해는 두 가지 큰 프로젝트는 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잡았다. 7월 11일부터 내년 3월 21일까지 전체운영기간인데 2010년 테마는 ‘100번의 노트’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독립적인 문화공간을 열기도
갤러리 카페 ‘오몬마 텐트’의 지역 아카이빙

   
▲ 오몬마 텐트는 갤러리 카페로 지역주민과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시민들 가운데 후꾸다 나나, 오오이시 아이꼬 씨는 토리데시에 필요한 독립된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2년 전 갤러리 카페 ‘오몬마텐트(omonma tent)’를 열게 된다. 커피와 작품, 지역주민이 만날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오오이시 아이꼬 씨는 첨단예술표현과 1기 졸업생인데 졸업 이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전시공간에서는 첨단예술표현과 학생들의 작품들이나,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 10년간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학생들이 만든 의자가 사용되며, 아트 상품도 판매된다. 또한 아티스트 워크숍을 열어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도 한다.

토리데 시에는 이처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만든 독립적인 공간들이 늘어가고 있다. 오몬마 텐트외에도 bocci, artone, 제0연구소, 하이샤케 등의 공간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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