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사니 동네가 바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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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사니 동네가 바뀌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0.20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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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정치·문화부 기자

지난주 안덕벌에는 ‘백만송이 장미가 피었다’. 2010안덕벌예술제가 ‘안덕벌에 피는 백만송이 장미’를 주제로 주민친화적인 예술행사를 펼친 것이다. 노래 백만송이 장미는 ‘백만송이~백만송이~’후렴구가 반복되는 가사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노래는 라트비아의 작곡가인 라이몬즈 파울즈의 곡으로 20세기 초 그루지아 출신의 가난한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가 악단의 여배우 마르가리타에게 바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비록 삼류 여배우였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경쟁자도 많았고, 화가의 삶은 비루하기만 했다.

그녀의 생일날, 집 앞 고목에는 온갖 꽃들이 산더미 같이 쌓였다. 남자는 온 재산을 털어 꽃을 샀고, 그녀는 그루지아의 모든 꽃이 이곳에 모인 듯 하다고 말했다.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였지만 악단이 떠나자 이별하게 된다. 후에 남자가 런던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마르가리타로 추정되는 그림 한 점이 걸렸다고 한다. 이 노래의 사연은 80년대 러시아 방송국을 통해 알려졌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루지아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와 안덕벌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안덕벌 예술제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을 2010년 청주의 이야기로 돌려놓는다.

예전 내덕동 동사무소가 위치했던 빈 벽에는 페인트로 지워지지 않는 수천송이의 장미를 그려놓았다. 무대 또한 백만송이 장미가 핀 듯 환하게 등을 밝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연 행사 또한 ‘백만송이 장미’노래를 주제로 열렸다. 김동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총장은 ‘백만송이’ 노래를 색소폰으로 들려줘 숨은 실력을 자랑했다. 해금과 아코디언, 우리소리로 다양하게 연주됐을 뿐 아니라 러시아, 베트남, 중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들려주는 ‘백만송이 노래’도 히트를 쳤다.

퍼포먼스를 통해서는 관객을 향한 혼자만의 사랑앓이를 하는 예술가들의 몸짓을 표현했다. 올해로 안덕벌 예술제는 5회째다.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지역주민과 축제를 벌인다고 했을 때 이방인 취급하는 분위기였는데 5년 사이 주민들도 많이 변했다.

기사식당 아줌마는 ‘어묵’을 무한리필 해줬고, 아흔이 넘으신 동네 어르신이 한복을 차려입고 창을 들려주는 무대는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안덕벌 예술제를 추진해온 주최는 첨단문화산업단지 2층에 살고 있는 ‘하이브 캠프’소속 예술가들이다. 그동안 안덕벌 입구에 명화를 모티브로 한 벽화작업을 벌였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소소하게 펼쳤다.
특히 첨단문화산업단지 앞 ‘톡톡’공간을 마련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스페이스 A’전시장도 오픈해 하이브 캠프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온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가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동네는 참 많이 변화한다. ‘백만송이 예술의 장미’가 피고 지고, 또 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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