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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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 있습니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0.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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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회 (주)지플러스 대표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공중파의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이 쓴 “아빠는 왜”라는 제목의 詩인데 요즘 대한민국의 아빠들을 많이 울리고 있다고 한다. 짧지만 아버지들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있는 만큼 아버지로써의 존재감을 재인식시켜주는 충격효과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詩에 비쳐진 아빠가 요즘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이렇게 비쳐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같은 아버지의 한사람으로써 많이 못마땅하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보면 아빠는 엄마를 이뻐하고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주고 강아지에게 사료를 주기위해 존재하는 인물이고, 가정에서 아빠는 강아지만도 못한 존재이다. 물론 초등학생의 순수한 동심이 담긴 글이 잘못되었다거나 반박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이렇게 느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아버지들의 힘든 안타까움을 대변하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버린 큰 아들의 유년시절엔 詩에 있는 아빠와 비슷한 존재였던 것 같다. 잠자는 얼굴보고 출근, 퇴근하면 잠자는 모습, 아마 집에 강아지가 있었다면 나도 아들보다 꼬리치며 반겨주는 강아지랑 더 친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아빠의 존재가치를 크게 인정해 주는 친구같이 편안한 아들이 돼주어 너무 감사하다. 역시 수시로 아빠를 우상화 한 아내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이 詩를 쓴 아이도 크면 자연스럽게 아빠의 존재가치를 이해하고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싶지 않다. 아이들에게 공부는 조기교육까지 시키면서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인성은 적기에 안 시키는지 불만이다.

자신은 물론 엄마, 냉장고, 강아지 모두가 아빠가 있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과 직장에 묻혀 가정에 소홀한 것이 아니라 가정이 소중하기에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우기 위해 강아지 사료값을 벌기 위해 고생하는데 이렇게 자식들에게 조차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있다니….. 대부분의 아빠들도 퇴근해서 가족들과 식사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한참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정이 살아가는 라이프사이클을 생각해 보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가 아빠를 알아갈 즈음에 아빠는 직장에서 중견으로 바쁘게 일하는 시기일 것이다. 또 어쩌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라도 하자면 반찬도 애들이 좋아하는 위주로 차려지고, 스케쥴도 애들의 학교는 물론 학원, 과외등의 스케쥴에 맞춰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애들이 사춘기를 지나 중고등학생쯤 되면 아빠는 직장에서 리더나 관리자가 되어있을 거고, 중견시절보다 조금은 여유가 생기겠지만 그때부터 애들은 아버지의 무관심이 더 좋은 시기가 되어 버린다.

언제부턴가 가정에서의 스포트라이트가 아이들에게로 가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교육의 현실 때문이지만 세상만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이시간에도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비즈니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단한 술자리에 있는 아빠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먹에 힘을 불끈 쥘 수 있는 것은 든든한 가족, 바로 처자식이 항상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들이 아버지의 밥은 식지 않게 따로 따뜻한 아랫목에 덮어두었던 그 옛날의 아버지 같은 존재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아버지의 존재감이 물씬 풍기는 이런 초등학생의 詩를 기대해 본다. “나는 든든한 아빠가 있어 좋다. 우리 가족들을 이뻐해 주시고, 주말엔 놀이공원가서 재미있게 놀아 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강아지 목욕도 시켜주시고, 일주일 내내 많이 힘드셨을텐데…… 나도 크면 아빠 같은 아빠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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