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손님을 위한 시민의 기본권
상태바
1박2일 손님을 위한 시민의 기본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0.27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용현 변호사

이 달 접어들며 연일 한나라당은 “11월 11일과 12일 양일간의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고 있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하여 국회에서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강행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그와 동시에 보수언론은 일제히 포문을 열고 집시법 개정의 지연으로 인한 야간 폭력시위 우려로 한 달도 남지 않은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국가 위신이 떨어진다며, 일사불란하게 대처하지 못한 국회를 한탄하는 사설이나 칼럼을 쏟아내고 있다.

집시법 개정과 관련된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9월부터 있었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제10조(“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안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관할 경찰관서장은…허용할 수 있다”)에 대하여 “야간의 모든 시간, 장소에서의 집회를 일률적으로 제한한 것은 적절한 한도를 넘어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과잉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고, 금년 6. 30.까지 해당조문을 개정하라고 하였다.

그간 여당은 야간 옥외집회금지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바꾸고, 기존의 야간 집회의 예외적 허가조항을 아예 두지 않을(오후 10시 이후의 야간 옥외집회는 모두 금지됨) 개정안을 제안하고 사용자단체는 더 나아가 야간을 “오후 8시 이후로 축소(오후 8시 이후 옥외 집회금지)”것을 주문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 주장은 기존 헌재결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오히려 기존의 예외적 허용조건마저 삭제하는 개악일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개정시한으로부터 4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집시법은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기존 정부와 여당의 야간 옥외집회 제한 필요성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야간집회의 경우 시민들의 수면권과 영업권에 지장을 주고, 경찰력의 야간동원으로 치안에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제는 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었음을 기화로 이때 서울 곳곳에서 심야 시위가 발생하면 국제적 망신이라는 우려가 추가된 셈이다. 손님들을 초대했는데 데모대가 설치면 국제뉴스가 되어 국가 위상이 추락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정부와 여당은 이미 지난 5월 G20 정상회의를 안정적으로 치루겠다는 명분으로, 경호책임자에게 검문검색 등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그리고 일정 지역내에서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의 최소한의 한계마저 인정치 않는 G20 정상회의 임시특별법을 강행처리했다. 일부 지역 계엄 선포에 이르는 G20 정상회의를 위한 막강한 임시특별법까지 있는데, 왜 G20 정상회의를 위하여 시민의 기본법이자 일반법인 집시법 개정이 필요한가 라고 반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기본 발상부터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최대, 최고의 기본권은 표현의 자유이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그 핵심으로, 집시법 개정문제는 결국 현대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정하는 문제다. 우리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근간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위한 법률은 1개월도 남지 않은 G20 정상회의만을 위하여 뚝딱뚝딱 뜯어고칠 수 있는 판자집이 될 수 없고 19명 손님의 단 1박2일간의 밥상을 위한 반찬의 하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집회 및 시위의 권리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1박2일의 G20 정상회의를 위하여 집시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다는 주장을 보며 과연 그들이 기본권의 의미에 대한 기본적 인식만이라도 갖추었는가 의문스럽기만 하다. 더불어 과연 그들이 의도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대로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인지, 아니면 역으로 시민의 기본권의 항구적인 억압을 위해서 단 1박2일의 행사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