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아주머니의 진심과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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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아주머니의 진심과 기부문화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0.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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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제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청주지사 과장

깔깔한 입에 먹히지 않는 아침을 뜨고 현관문을 나서니 출근길 바람이 어느 덧 겨울을 느끼게 합니다. 가을이 오는 듯하더니 어느새 겨울이 코앞이다. 옷깃을 여미고 출근하는 길에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나무와 산을 보면서 나 중심으로 일상에 젖어 사는 지금에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인정 많았던, 계산 없이 사람들과 얼싸 안았던,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함께’라는 것에 흡족해하던 시절.

지금처럼 해외 유학이 흔치 않던 시절 부모님 덕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지금이야 어느 나라를 가든지 우리나라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참 많이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파란 눈의 하숙집 아줌마와는 말도 안통하고 음식은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아 북어 마르듯이 말라가고 외로움에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앓아누우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됐다. 음식도 안 맞고 심적으로 힘들어 학교도 안가고 침대에 누워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는데 캐나다에 온 후 맡아 보지 못하던 밥 냄새가 어디에선가 나는 것 아닌가.

밥 냄새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보니 냄비에 밥이 끓고 있었다. 비록 우리나라 쌀과는 달리 길쭉한 쌀이었지만 한 냄비를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던 동네에서 밥을 하게 된 이유는 늘 거북하다고 생각했던 파란 눈의 하숙집 아주머니가 앓아누운 동양인 학생을 위해 물어물어 2시간 거리에 마트에서 어렵게 쌀을 구해 밥을 한 것이었다.

핫 소스에 밥 두 공기를 비벼 먹으면서 사람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삶에 대한 방향은 바뀌었다. 파란 눈의 아주머니가 해주신 밥을 통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본질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문화와 언어를 초월해 사람과 사람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로도 해외에서 10여년간 지내면서 진심은 어디서나 통하고, 어려운 사람에 대해 서로를 돕는 것은 문화를 초월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기부문화와 자원봉사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캐나다와 미국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솔하게 배어나오는 봉사의 실천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이 사람에 대한 인정이 모자라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또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때로는 그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나누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상에 젖어있다 보면 너무나도 나만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정을 나누는 것에 대하여 참으로 박해지는 것 같다.

추워지면 나오는 자선냄비에 부끄럽지 않고 어려운 친구의 전화를 다정히 받아주고, 방송에 나오는 3천원 기부 전화를 주저하지 않으며, 회사에서 가는 봉사활동에 한발 앞에 나서며, 아파트 옆 동 어르신에게 따뜻하게 인사를 건낼 줄 알고,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두 배로 전해줄 수 있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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