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영이 안 서네… 엇박자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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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 영이 안 서네… 엇박자 어디까지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11.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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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 제작·관용차 교체에 지사 의중 반영 안 돼
지사는 방어자세, 공무원은 경계태세 ‘언밸런스’

▲ 이시종 지사의 도청 적응이 순탄치 않다. 일각에서는 영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문제가 된 관용차 교체 건도 지사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5기 이시종 지사가 취임한지 5개월을 넘기고 있지만 기존 조직과 눈높이를 맞추는 ‘적응기’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취임 초기 일부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일었던 좌천성 논란은 사라졌지만 49명 정원감축 등으로 비롯된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불만은 아직도 남아있다. 여기에 충청북도 배지 제작과 의전용 관용차 교체 등 지사의 의중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반복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기존 관행과 새 도백의 스타일 차이라는 풀이와 함께 야당 도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드가 맞는 간부 직원이 없다?

이시종 지사 취임 초기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핵심은 이원종-정우택 전 지사로 연결되는 여당 행정에 익숙해진 도청 조직이 야당 도지사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오랫동안 충주시장과 충주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이 지사가 청주중심의 도 행정을 맡아 조기에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낮은 점수를 줬던 청내 분위기를 거론하며 새 도백이 쉽게 조직 장악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익명의 도 공무원은 “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했던 직원은 거의 없었다. 이렇다 보니 고위직을 중심으로 정우택 후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실제 몇몇 간부들은 드러내 놓고 주변에 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가 취임했고 당연히 경계와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주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부정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이시종 후보를 지지하거나 후원한 지역경제인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심지어 모 기관장의 경우 선거운동에 가까울 정도로 드러내놓고 상대후보를 지지했으며 몇몇 간부 직원들이 상대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파악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취임 초기 이 지사와 소위 코드가 맞는 간부 직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업무 처리 눈높이도 아직은 달라

호사가들은 최근의 충청북도 배지와 최고급 관용차량 교체 해프닝 등도 이같은 분위기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달 초 도는 새로운 도청 배지를 제작키로 하고 3종의 디자인 시안에 대해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의 직원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청풍명월 로고와 함께 ‘충청북도’만 표기된 안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 지사가 슬로건으로 내 건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은 2위에, ‘함께하는 충북’은 3위에 그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도청 직원들의 낮은 인기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배지 디자인은 물론 제작 사실 조차도 지사에 보고되지 않은 채 해당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도 “슬로건과 기본 로고 중 도청 배지 디자인을 고르라면 기본 로고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이 지사가)국회가 17대에서 18대로 바뀌었다고 국회의원 배지를 새로 만드느냐며 크게 꾸짖었다”고 전했다.

도청 배지 선호도 조사 뿐 아니라 보고 체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직원은 “공무원들이 항상 패용해야 하는 도청 배지는 충청북도의 상징이다. 지사 임기 내내 사용될 배지 제작 여부는 물론 디자인도 사전에 보고됐어야 옳다”고 한 반면 다른 직원은 “모든 업무를 일일이 지사에 보고해 결재 받을 수는 없다. 배지 제작은 해당 부서에서 판단해 추진한 것으로 작은 해프닝으로 봐야지 확대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억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의전용 관용차 교체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교체 추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사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거나 왜곡됐다는 것이다.

적응 부족이냐 거부감 때문이냐

여기에 일부 산하기관이나 유관 단체장의 거취 문제까지 더해 새로운 도지사의 ‘영(令)’이 서지 않거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던져지기도 한다.

타 자치단체의 한 공무원은 “여당 지사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않았던 야당 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충북도와 같은 광역지자체는 주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기초단체와 공직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기초단체와 달리 정책을 만지고 관리하는 충북도는 단체장과 기존 직원들과의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주변에서는 기존 관행과 이 지사의 스타일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일 뿐이라며 억측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던가 단체장으로서의 영이 서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일부 간부들은 취임 초기 지사의 심중을 읽느라 좌불안석하기도 했지만 매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정과 보조를 맞춰야 할 일부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단체장들이 지사와 껄끄러운 관계로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쇄신이 필요한 만큼 화합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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