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기회는 많다, 그러나 신춘문예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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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기회는 많다, 그러나 신춘문예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1.2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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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도전기-2011년 1월 1일자 신문을 기다리는 사람들
“너도 신춘문예 한번 보내봐.” “아니, 됐어. 난 더 익어야 해.”

H씨는 그러면서 신문사에 남몰래 원고를 전송했다. 그리고 발표가 난 뒤에는 마치 원고를 보내지 않는 것처럼, 세상에 신춘문예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행동했다.

H씨는 지방대 문예창작학과를 나와 예술단체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서울에서 예술관련 잡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생업은 ‘기자’지만 글에 대한 끈을 놓은 건 아니다. “문학이 전부였던 시절의 신춘문예란 너무 반짝반짝 빛나고, 너무 커다란 빛과 같았죠. 한마디로 종교였어요.”

그는 2006년에는 동아일보 시 부문 본선진출자 명단에 올랐다. 그 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저는 사람들에게 문학을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다고 말하죠. 아마도 그게 신춘문예 때문인 것 같아요. 언젠가 1월 1일자 신문에 짜잔 하고 나타날 준비를 하는 거죠.”

오늘도 수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원고지를 매만진다.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손가락 몇 번만 두드리면 스마트한 세상이 열리는 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책상에 앉아 ‘신춘문예’에 보낼 원고를 고민한다.

문학의 힘은 여전히 견고하며, 신춘문예는 가장 화려한 신고식이다. 그래서 12월 초 신춘문예를 비롯한 수많은 문예잡지, 문학상에서 일제히 ‘공고’를 띄우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마치 개인전을 앞둔 화가처럼, 출산을 앞둔 임산부처럼 마음이 답답하고 분주해진다.

일본에선 이미 폐기
“올해 신춘문예 원고 안내세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 가운데 신춘문예에 원고를 낼 것이라고 공포하는 사람은 없다. 그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 K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신춘문예 계절이죠. 시집 내느라 시를 다 써버렸는데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겠네요.” 그는 지역문학단체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K씨는 신춘문예를 통해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신춘문예에 대한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문학하는 사람들에겐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죠. 다만 공식에 맞춰서 써야 하고, 기승전결도 있어야 하고요. 이러한 조건에 맞게 ‘잘 쓰는 사람’이 당선되죠.”

신춘문예는 문예창작과, 국문과 등 전공자들에게는 또 다른 ‘입시’다. 스터디를 결성해 신문사와 심사위원들의 경향을 연구한다. 또한 요즘에는 연령대가 높아져서 40·50대 당선자들의 대거 배출도 트렌드 중에 하나다. 지역에서 등단했어도 또 다시 신춘문예 타이틀을 얻기 위해 도전한다. 적어도 5개 일간지, 문예지 가운데서도 몇 개의 메이저급에서 등단해야 인정받는 분위기다.

사실 오래전부터 신춘문예 폐기론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제도를 따라 1914년 시작된 신춘문예는 일본에서는 이미 용도폐기 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굳건히 버티고 있다. 이에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70대이고, 심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몇몇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시풍을 연구하고 따라 쓰는 게 비일비재하다. 이렇듯 퍼즐 맞추기를 잘해야 당선되다보니 제도 자체에 문제를 삼는 문인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신춘문예는 1월 1일자 신문에 등장한 이후로 지면을 할애해 주지 않는 ‘경직성’도 문제다. 하지만 한국에서 신춘문예는 가장 전통적이고 권위있는 등단의 길임에는 틀림없다. K씨는 “기준은 아닌데, 아직 젊으니까 욕심이 나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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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억’소리 나네
엽서시 문학공모 사이트 인기몰이
1년 1000개 공모전 소식 알려

   
▲ 신춘문예 공고를 보고 오늘도 두근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신춘문예가 정답을 요구하는 대회로 전락했다는 비평도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등단의 길이다.

엽서시 문학공모 사이트(www.ilovecontest.com)는 작가지망생이라면 한번 쯤 들어가 봤을 유명사이트다. 다른 공모전 사이트와 달리 ‘문학’만을 다루는 데다 10년 전통의 역사도 갖고 있어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특히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있어 작가 지망생들의 작품을 발표하거나 창작 스터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사이트를 만든 이는 청주대 독문과 출신의 C씨다. 그는 엽서시 동인 활동을 하면서 엽서시 웹진에 재미삼아 ‘공모전’소식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아예 공모전 전문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 C씨는 “1년에 1000개 공모전 소식이 올라온다. 사이트에는 문학관련 정보가 90%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회원수는 8만명이며,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인터넷이 갖고 있는 익명성을 위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신춘문예와 같은 전통적인 길 외에도 공모전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또 상금 액수도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상금 1억원을 내건 공모전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위즈덤하우스, SBS, 쇼박스 등 출판사·방송사·영화사가 공동 주최한 1억원 고료의 멀티문학상 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상’이 1억원 스타트를 끊었다. 조선일보는 2007년부터 뉴웨이브문학상을 주최하면서 마찬가지로 1억원 상금을 내걸었다. 살림출판사와 영화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문학영화콘텐츠대전’, 중앙일보가 웅진씽크빅과 함께하는 ‘중앙장편문학상’도 1억원이 상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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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뒤 잇는 옥천 출신 문인 눈에 띄네
김성규, 송진권, 유병록 등 신춘문예, 창비 통해 등단
젊은 시인들 지역에서 강의 및 문학회 활동 이어가

최근 옥천 출신 시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김성규 시인(34)은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창비)를 펴냈다.

또한 올해 옥천군에서 실시한 일명 ‘정지용 강좌’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옥천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학관작가파견 공모사업’에 선정돼 문학에 관심 있는 20여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강의를 정지용문학관에서 10월까지 실시했다.

옥천역 역무원시인으로 유명한 송진권 씨(41)는 지난해 대산재단 창작기금을 지원받았다. 이원면 지탄리 출신의 옥천 토박이 시인은 2004년 제4회 창작과 비평 신인으로 등단했다.

유병록 씨(29)는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충북 옥천 출생인 그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했다.

세 명의 시인은 모두 옥천문학회와 충북작가회의에서 활동 중이다. 옥천문학회 시집은 연말에 나온다. 김성장 충북작가회의장은 “김성규, 유병록 시인은 옥천 고등학교 문학동아리 ‘할’에서 활동했으며 대학생 때부터 민예총 작가회의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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