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길 입구 횡단보도 설치 ‘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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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 입구 횡단보도 설치 ‘왜 안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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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길입구~중앙시장 ‘차없는 거리’ 조성 사업
상권이해 관계 맞물려 사업지연…담당부서 책임회피

2002년 12월 26일에 동부경찰서 교통규제심의의원회는 충북참여자치연대와 중앙시장번영회 상가주민들이 제출한 ‘성안길 입구 횡단보도 설치요구’에 조건부 가결을 확정지었다. 조건부 가결내용은 중앙극장에서 청주기계공고로 향하는 길을 편도 2차로로 확장공사를 하고, 또 성안길입구에서 중앙시장까지를 ‘차없는 거리’로 조성해야한다는 것.

이러한 심의 결과는 87년 대현지하상가가 생기면서 없어진 횡단보도의 부활을 예고했다. 또한 2001년부터 중앙동상가번영회(회장·강창원)씨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횡단보도 설치요구에 대한 매듭이기도 했다.

횡단보도 부활요구는 충북참여자치연대가 2002년 10월 실시한 보행환경개선을 위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조례개정요구와 캠페인, 그리고 4900여명의 서명서를 동부서에 제출하면서 급진전됐다. 충북참여자치연대와 중앙동 상가번영회 주민들은 “지하도를 건너지 않고 중앙동에서 성안길을 넘어가는 방법이 없다. 접근성이 용이해야 함에도 무려 40여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야 성안길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이는 보행약자에게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음을 알수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자전거나 유모차를 탄 이용자들은 도저히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횡단보도 설치로 생겨날 교통정체에 대해서는 “조흥은행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일때와 도청서문앞 중앙시장 입구를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일치시켜 운영한다면 무리가 없다”는 대안을 내놓고, 실제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기도 했다.

어쨌든 조건부 가결안은 성안길을 보행자도로의 면면을 갖출 필수조건을 마련한 셈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조건부 가결안에 제시된 ‘조건’들이 1년여가 지난 현재 세부실천계획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부서일 아니다”

한마디로 횡단보도 설치는 지연되고 있다. 이를 담당할 해당부서도, 기본 설치계획들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체되자 대현지하상가와 버스조합 16개사와 택시 4개사등은 시 건설과와 동부서에 또다시 ‘횡단보도 설치반대’서명서를 제출했다. 2003년 5월 1500여명에 이어 최근 1월 5일에도 같은 내용의 서명서를 냈다.

대현지하상가측은 “횡단보도 부활시 지하도 상권은 50%이상 죽을 것이고, 교통체증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사이 중앙동상가번영회측은 “먼저 횡단보도설치부터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동부서 관계자는 “횡단보도 설치가 바닥에 줄 긋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조건부 가결은 조건이 충족돼야 이뤄질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행자권리를 제외하더라도 상권의 이해관계들이 맞물려 선뜻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도 2차로 공사를 하는 것은 크게 무리수가 없겠지만, 문제는 차없는 거리 조성이다”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상가주민들 사이에서도 차없는 거리를 두고 찬반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청회나 세미나를 열어 의견수렴을 해야하고, 또한 이를 추진할 명확한 담당부서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진행결과를 보면 2003년 4월 착공된 편도 2차로 확장공사가 8월 8일 한 집 보상문제가 걸려 공사가 중단됐다가 최근 1월 15일 보상금이 수료된 상태다. 시 건설과 관계자는 “도로확포장공사는 3월 공사가 재개되면 5월에는 마무리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없는 거리조성에 대해서는 “우리부서는 도로정비와 시설보수까지만 역할을 감당하면 된다. 차없는 거리조성사업은 엄밀히 말해 우리부서 소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동부서에서 진행할수 없는 예산편성문제와 시설정비를 시에서 맡고 있을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동부서 또한 “횡단보도설치와 같은 신호기 설치는 동부서의 역할이지만, 차없는 거리 조성은 시에서 맡을 일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한편 시 교통과는 “건설과에서 차없는 거리가 조성될 경우 이 구간내 있는 공영주차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는 일외에는 이 사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횡단보도 설치사업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조건부 가결이라는 것부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대립으로 일을 진행하기 어려워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하루빨리 담당부서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언제 설치될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차없는 거리 찬반여론

한편 중앙동 상가 주민내에서도 ‘차없는 거리’ 추진을 두고 찬반의 목소리들이 엇갈린다. 중앙동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P모씨는 “이 거리에 차가 안다니면 중년을 상대로 한 장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편의점을 낸 L씨는 “물론 편의점을 하는 개인으로서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곳 상권은 소위 ‘어른’들을 위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경우 차가 다니지 않으면 자연스레 오는 인구또한 줄어들 것이다. 현재 식당, 유흥업소, 또한 사설주차장들은 적극 반대하고 있고, 지난해 여름 나름대로 성명서를 받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10년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는 P씨는 “10년전보다 상권이 더 낙후됐다. 한마디로 죽었다. 이 곳 사람들도 나름대로 새브랜드 유치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유동인구가 적어 입점이 불가하다.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고, 손님을 끌기위해 돈을 들여도 유동인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횡단보도가 설치되고, 상권이 특색을 갖추면 예전보다 매출이 상승할수 있다. 오히려 두 상권모두 플러스효과를 누리게 될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걸림돌이 되는 것은 주차문제다.

중앙동에 사는 시민 K씨는 “공영주자창도 폐쇄되고 사설주차장도 없어지게 되면 주차문제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시 차원에서 별도의 공영주차장 신설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차없는 거리’는 상권의 이해관계, 주차문제, 교통체증등을 이유로 날마다 서명서들만이 수천장씩 쌓여갈뿐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중앙동 ‘예술의 거리’를 꿈꾸다
전문가 영입하고 추진위 구성해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 의욕적 추진
공사지연·자체 예산부족으로 지금은 중단상태
 

지난해 4월 중앙극장에서 청주기계공고로 이어지는 도로확장공사가 진행되면서 중앙동 상가번영회 주민들은 횡단보도 설치가 그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없는 거리’가 되고 횡단보도가 놓여지면 자연스럽게 중앙동 상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있는 김동조(서양화가)씨와 박병만(와우공방대표)씨를 중심으로 차없는 거리를 특화시키는 전략으로 ‘예술의 거리 만들기’를 추진하게 됐다. 12명의 추진위원들을 구성했고, 그 가운데에는 대학교수, 전업작가, 퍼포머 등도 포함돼 탄탄한 출발을 예고했다. 추진위를 이끌었던 김동조씨의 말이다. “이곳은 청주시내 유일의 예술의 거리가 될 입지가 충분하다. 먼저 전봇대 공예품화 추진, 쇼윈드 갤러리화 등을 추진했으나 횡단보도 설치가 지연되고, 예산지원이 없어 자체예산으로 꾸려가다보니 처음의 열정들이 사그라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소멸된 것이 아니라 현재 추진위원장으로 중앙극장 대표를 선임하고, 조직을 갖춘상태다. 추진위들도 모두 다 있다. 횡단보도 설치가 가속화되면 좀더 조직적으로 예술의 거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주말마다 거리에 천막을 치고 ‘초상화그려주기’,‘부채 그림그려주기’등을 프로젝트의 1단계 행사로 벌였다. 또한 구 수아사에서 청석예식장에 이르는 32개의 전봇대에 생명불어넣기 프로젝트를 2단계로 마련하기도 했다. 김씨는 “전봇대 프로젝트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도되는 계획이었고, 자신도 있었다. 전봇대마다 일대 일로 작가를 섭외해 회화·설칟조각이 어우러진 특별한 전봇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재료비마저 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무리하게 지속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8월 보상문제로 공사가 중단됐고,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도 발전적인 해체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예술의 거리는 시 차원에서도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지역작가 도예품을 길에 놓고 팔기도 했는데, 쏠쏠히 팔렸다. 일을 추진하면서 느낀것은 예술의 거리가 될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고, 시민들또한 이제 문화적으로 성숙돼 있다”며 “시가 적극적인 뒷받침만 해준다면 중앙동 차없는 거리는 청주의 명물이 될 수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인사동, 충무로 영화거리, 이천 도자기 거리 등처럼 중앙동이 동네주민들이 일군 새로운 문화아이콘이 될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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