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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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2.01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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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충북의 무형문화재 기록한 책 펴내

“대부분의 무형문화재들은 어려운 시절을 견뎠어요. 무형문화재가 되겠다고 달려온 사람은 거의 없죠. 성실하게 한 길을 가다보니 장인이 되었고, 예인이 됐어요.”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는 충북의 무형문화재 25명의 이야기를 담은 ‘전통에 말을 걸다’를 발간했다. 김 씨는 “손을 건네면 닿을 듯 있는 우리 이웃의 조금 오래된 이야기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2005년과 2007년 무형문화재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녹록치 않은 삶을 엿본 그는 이번에 아예 짐을 꾸려 장인들을 찾아다녔다. 4개월 취재를 통해 원고를 작성했다. 지자체에서 파악한 주소와 연락처가 달라 애를 먹기도 했으며, 심지어 무형문화재가 세상을 뜨고 전수자가 없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경우도 목격했다.

그는 “생활이 어려운 분들은 혼자 견뎌야 했다. 전수회관을 지으려면 개인 땅을 희사해야 하는데 그만한 재산이 없는 분들이 많았다. 설령 부지를 내놓는다고 해도 건물을 지으면 자치단체에 기부채납을 해야 하니 알량한 재산마저 빼앗기는 느낌도 든다. 이를 보면서 전통을 왜 지켜야 하는지 자꾸만 허약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인들의 삶을 가까이서본 그는 “무형문화재들의 건강과 전승이 모두 개인의 몫인가”라며 의문을 던진다.

전수조교의 문제도 지적한다. 자치단체는 전수조교의 활동을 관리 감독해야 하지만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고, 전수조교 마저도 없는 경우가 있다. 충북도의 무형문화재들은 1달에 전승활동비로 80만원을 받는다. 그나마 지난해 10만원이 올랐다. 평생을 전통에 기대어 살았지만 사회적인 예우와 삶은 남루할 뿐이다.

김 씨는 “희망은 언제나 가장 버림받는 곳에서 싹 튼다고 굳게 믿으면 살고 있다. 앞으로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은 송봉화 씨가 맡아 글에 현장성을 더했다. 송 씨는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전통을 기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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