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오착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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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오착의 경계
  • HCN충북방송
  • 승인 2010.12.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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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HCN충북방송 대표이사

필자는 신문기자 초년병 시절 기사에서 ‘천도재(薦度齋)’라 써야 할 것을 ‘제사’인 줄 알고 ‘천도제’로 썼다가 망신당할 뻔했다. 다행히 교열부에서 걸러져서 신문에는 제대로 나갔는데, 고쳐져 나온 글자를 보고 낯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있다. 오타가 아니었기에 말이다.

컴퓨터 자판으로 글자를 두들기다 보면 펜으로 글을 쓸 때보다 맞춤법에 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자판은 글자 생성이 간접적인 데다 자판에 익숙지 않다 보면 어쩔 수 없다. 또 생각을 정리해가며 쓰는 필기 속도보다 타자속도가 훨씬 빠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글을 고치다 보면, 손 댄 곳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 본의 아니게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어쨌거나 오타는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만다. 그렇지만 요즘 언론사에 교열 기능은 아주 약화돼 있다. 방송국은 물론이고 상당수 신문사도 교열기자를 따로 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타든 오착이든 실수를 잡아내지 못한 채 기사를 내보내는 수가 많다.

<원룸에 살기에 미 아파트 살기에는 평 크다.>(충청일보 30일자 2면)에서는 어미와 조사가 빠졌다. <그는 스승에게 배운 원래의 방대로 작품의 격을 지키기 위해 전통기법 그대로 도자기를 빚고 은 일에 온 정성을 쏟는다.>(동양일보 29일자 10면)에서 굵은 글씨는 누가 봐도 오타다. 그런가 하면 <반갑다는 말도 먼저 건다.>(동양일보 30일자 3면)의 ‘냈(→)’도 오타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건 오타와 오착의 경계선상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이가 종종 이리 틀리기 때문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①삶의 희애락과 끈끈한 인간애를 잊지 말아야(충청매일 22일자 11면) ②그동안 깊이 인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이 숙제로 남아(청주MBC 29일자) ③신규 분양 계약에서도 활기를 고 있어(충청일보 29일자 10면)

④완공 지연 이유가 분리발주로 인한 업체의 잇 공사 포기와(중부매일 26일자 19면) ⑤성황주유소는 기름값을 결 받지 못해 법적인 절차에(충청매일 29일자 2면) ⑥굴기를 동원해 9남매 가족의 산골집까지 길을 내준(CJB 29일자)

⑦빙판길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출근길 혼이 빚어졌습니다.(KBS 29일자) ⑧현재 예산규모라면 공기 연장이 불가피합니다.(CJB 29일자) ⑨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는 대의 명도 쌓을 수 있게 됐다.(CBS 노컷뉴스 30일자)

이 중 ⑨번은 ‘대의명’의 오타일 가능성이 있으나 나머지는 맞춤법과 단어 개념을 잘못 알고 쓴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실수가 자주 눈에 띄는 것을 보면 그런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하다.

차례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①두음법칙 오류(→희애락) ②‘ㅣ’모음동화 오류(→파인/ ) ③같은 발음 착각(→고) ④발음 착각(→잇따른/혹자는 ‘잇’이 맞는다고 주장하지만 원래는 자동사인 ‘잇따른’이 옳다.) ⑤~⑦비슷한 단어 혼동(→결, →굴기, →혼) ⑧개념 혼동(→지연) 사례라고 각각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사실 사소한 오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인 줄 모르고 잘못 쓰는 것과 잘못인 줄 알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는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와 정도가 다르다. 적어도 기자라면 한 자(字)의 무게를 생각하며 이런 것들도 착오 없이 써야 하고 문법 규정이나 단어의 유래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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