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공간 찾기 소풍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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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간 찾기 소풍가는 기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0.12.0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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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벗어난 갤러리]청원군 내수에 위치한 ‘쉐마미술관’와 ‘갤러리 유’
쉐마미술관- 앤디워홀부터 영화 ‘하녀’에 소개된 작품까지

수름재를 벗어나 내수 구도로 초입에 위치한 쉐마미술관은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의 현대미술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쉐마미술관은 김재관 청주대 교수가 설립자다. ‘쉐마(schema)'는 우물을 길다, 창조하다의 의미를 띄고 있으며 실제로 쉐마미술관 안에는 옛 우물이 있다.

   
▲ 쉐마미술관에서는 앤디워홀의 작품부터 영화 ‘하녀’에 등장했던 김재관 교수의 회화와 배영환 작가의 오브제를 만날 수 있다.

   
▲ 김재관 쉐마미술관 설립자

1200평 넓은 대지에 전시공간과 작업실, 수장고를 갖춘 쉐마미술관은 12월부터 2월까지 영화 하녀에 등장했던 김재관 교수의 작품과 함께 앤디워홀을 비롯한 소장작, 그리고 배영환 작가의 샹들리에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창조적인 미술세계의 깊은 우물에서 꺼낸 전시작품이 화려하기만 하다. 앤디워홀 판화는 앤디워홀 재단이 사후에 찍은 작품으로 앤디워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릴린먼로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 배영환 작가 '샹들리에'작품
칸 영화제 출품작 ‘하녀’에 등장했던 배영환 작가의 오브제는 3m길이로 그 크기가 압도적이다. 깨진 와인잔, 위스키병 파편을 철사로 엮어 만든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라스트 신에서 불타올라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최근 중국 상하이 조각공원에 한국당대예술작가전에 초청된 화제의 작품이기도 한데 배 작가는 이를 쉐마미술관에 선뜻 기증했다고.

또한 김재관 교수의 회화 ‘관계 시리즈’와 ‘큐브 시리즈’등 20여점은 영화에서 대저택의 거실에 설치됐었다. 영화사상 한 작가의 회화작품이 단독으로 연출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 속 작품뿐만 아니라 김 교수의 67년에 그린 첫 추상화부터 최근작까지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미술관으로서 기틀을 잡고 설립자로만 남을 생각이다. 교수생활은 30년 넘게 하다보니 사회 환원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젊은 작가들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까지 구상중이다”고 밝혔다.
쉐마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 아카데미를 통해 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모임을 시작했으며, 올 2월에 2기 모임을 준비 중이다. 쉐마미술관은 현재 사립미술관 등록을 앞두고 있다. “문의 소전분교에서 1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어느 순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이 너무 많아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던 것도 계기가 됐죠. 재정리를 위해 미술관을 해볼까 생각한 것이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죠.” 그는 국내 최초로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기하하적 추상회화로 입지를 굳혔다. (충북 청원군 내수읍 원통리 301 문의 221-3269)

갤러리 유-몸과 영혼이 ‘잘사는 공간’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은 우리 자매에게 과연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몸을 돌보는 친환경 제품들을 찾아다녔고, 영혼의 허기를 살찌우기 위해 예술을 접할 수밖에 없었죠.” 유선영·유소정 자매는 10년 전만 해도 내수에서 자동차용품 전문숍인 ‘자동차마을’을 운영하던 잘나가는 사장님이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부고는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어주었다.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언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이러한 물음을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졌어요.”

   
▲ 10년 전에 유선영 씨가 직접 지은 전시공간은 프로방스 스타일로 아기자기한 공간구성이 눈에 띈다.
   
▲ 갤러리 유는 12월 22일 오픈전시를 연다. 유선영 관장은 “치유와 나눔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매는 1층에서는 ‘맘웰빙숍’을 운영하고 2층에는 갤러리 유(you)를 12월에 오픈한다. 맘 웰빙샵에서는 유기농 먹을거리를 비롯한 천연화장품과 세제, 리빙 제품, 한지의류 등을 판매한다. 언니 유소정 씨는 “지난 1년 동안 직접 생체실험을 거친 제품”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맘 웰빙샵은 지난해 10월 말에 오픈했다. 유소정 씨는 “일 따로, 삶 따로 인 경우가 많죠. 워낙 일을 크게 벌이는 타입인데 맘 웰빙숍을 열면서는 수익성을 따질 수가 없네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공간을 연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좋은 사람과 좋은 작품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동생인 유선영 씨는 미술작품 애호가인데다가 빼어난 미적 감각을 자랑한다. 이번에 갤러리 유 관장을 맡았다. 10년 전에 그가 직접 설계한 전시 건물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폐잡목을 그라인더로 갈아 마감재로 활용하는 등 곳곳에 눈에 띄는 아이디어와 공간 구성 자체가 작품이다.

갤러리 유는 개관전시로 12월 22일부터 1월 21일까지 고관호, 김태복, 민병길, 박계훈, 양태근, 이강효, 이용택, 진익송 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 유는 전시공간 뿐만 아니라 3층에는 황토방, 문화공간 마실 등을 마련해 놓고 있어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하다.

특히 문화공간 마실은 한때 잠시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친목 모임 등 단체 손님들에게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 프로방스 스타일로 꾸민 주방과 조리기구를 이용해서 특별한 잔치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요리연구가 이준경 씨의 요리강좌가 매주 수요일에 열린다.

유선영 씨는 “낯선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바늘 끝이라도 점차 넓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봐요. 예술가와 작품도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머무르고 흘러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내수읍 학평리 154 문의 070-8830-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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