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사들인 부지 13년째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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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사들인 부지 13년째 골칫거리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0.12.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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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소유 떠안다 시피 매입, 활용방안 여전히 오리무중
공원조성 계획 따라 적극 매입한 KBS·기무사 터와 ‘극과 극’

옛 국가정보원 부지에 추진되던 복합문화센터 건립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청주시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특히 이 부지는 1997년 청주시가 구체적인 활용계획 없이 사실상 떠안다 시피 매입한 것으로 KBS·기무사 부지 등 공원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들인 타 기관 소유 부동산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 청주시가 13년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옛 국정원 부지.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은 충북지부 이전계획에 따라 옛 사직동 부지를 청주시에 매각한 뒤 개신동으로 이전했다. 당시 청주시는 이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안다시피 매입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 특히 정보기관의 힘에 밀린 소신 없는 행정이 13년 동안 골칫거리로 남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선 사직동 옛 KBS와 개신동 옛 기무사 부지는 구체적인 공원 조성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매매는 일사천리, 활용은 오락가락

청주시와 국정원의 옛 사직동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의 공식적인 자료에도 ‘1997년 1월 청주문화센터 건립계획 수립, 5월 공유재산관리계획 시의회 의결, 8월 부지 및 건물 매매계약 체결’로 기록돼 있다.

익명의 시 관계자는 “당시 충북지부의 이전을 추진하던 국정원이 청주시에 기존 사직동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국정원 부지를 매입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정부기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으며 매입을 결정한 뒤 활용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청주문화센터 건립계획도 이런 과정에서 제기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옛 국정원 부지와 건물을 37억7200만원에 매입한 뒤 활용방안 찾기에 나섰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유재산을 매입하거나 매각할 경우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당시 시의회는 국정원 부지 매입계획을 큰 반대 없이 승인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 청주시 사직동 옛 KBS 건물.
하지만 이 부지에 청주문화센터를 건립하겠다던 계획은 이후 여러차례 변경됐다. 매입직후 청주문화센터 건립계획은 슬그머니 시민종합문화회관 건립으로 바뀌었으며 2000년에는 중저가비즈니스형 호텔로, 또다시 2002년에는 여성발전종합센터 건립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관련 기관단체는 물론 시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분분하자 2004년 이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민간자본 480억원을 유치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이 용역도 곧바로 직지문화산업특구 연구용역을 통해 기록유산센터 건립 계획으로 변경됐다.
기록유산센터 건립계획도 민선4기 남상우 전 시장 취임과 함께 복합문화관으로 변경됐다. 남 전 시장은 미술관과 박물관 건립을 공약에 포함시켰으며 이를 국정원 부지에 건립할 계획을 세웠던 것. 이에 따라 시는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 생활체육시설을 BTL(임대형민자사업) 사업으로 건립키로 했다.

결국 이 계획도 지역 학계와 문화예술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지역여론을 받아들여 복합문화센터의 성격 규정, 콘텐츠, 기존 미술관과 박물관과의 차별성, 청주·청원 통합시 활용 타당성 등을 제기하며 사업을 불허한 것.
이로써 옛 국정원 부지는 청주시가 매입한 지 13년이 지나도록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갔다.

▲ 청주시 개신동 옛 기무사 부지.
KBS·기무사 터는 시민공원으로

청주시는 KBS와 기무사 옛 부지에 대해서는 국정원 부지와 달리 활용계획을 확정한 뒤 매매계약을 체결해 논란의 여지를 일찌감치 없앴다.

청주시는 두 기관 터를 근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KBS 건물은 지난해 2월에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기무사 부지는 이달 안에 본 계약이 완료된다.
KBS부지는 공원조성이 예정된 곳이어서 시가 매입을 결정한 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이 곳은 충북도중앙도서관, 충혼탑과 함께 사직단공원에 포함돼 있으며 1978년 KBS청주총국이 개국하면서 방송국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방송통신)로 결정해 사용토록했다. 그러다 1997년 KBS가 개신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공원으로 환원됐고 시가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흥덕구 개신동 옛 기무사 부지는 시가 국방부와 실랑이를 벌이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선 경우다.
당초 국방부는 기무사 이전에 따라 옛 부지를 일반에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시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 근린공원으로 결정해 매입한 것.

시 관계자는 “옛 기무사 터는 제1종주거지역으로 4층 이하의 주택만 지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민간업체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군은 공원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지만 시의 계획안이 관철돼 연내에 매매계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말했다.
옛 기무사 부지 1만5539㎡의 매매가는 76억원이며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 시는 내년 상반기 중 공원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옛 국정원 부지 사직공원과 연계한다면
활용방안 원점, 문화시설 포함해 시야 넓혀야

옛 국정원 부지의 활용방안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문화시설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역여론의 반대가 하나의 공간을 미술관과 박물관, 체육시설로 나눠 조성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인 만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다른 분야의 활용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부지와 인접한 사직공원과 연계해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직공원은 옛 국정원 부지 동남쪽에 인접한 5만2698㎡ 넓이로 시는 이곳에 152억원을 들여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옛 국정원 부지만을 두고 고민하기 보다 사직공원과 연계해 사업을 구상한다면 더욱 구체적인 대안이 부상할 것이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원과 연계한 문화시설이나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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