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산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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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산업의 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2.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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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영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 기획홍보담당

우리는 현재 ‘누가 더 많은 이야기 자원을 확보하고 재미있게 만드느냐’가 경쟁력인 이야기 산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제조업의 공동화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게임 캐릭터 등 국경 없는 ‘이야기 산업’의 고부가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눈을 크게 떠 보면 잘 만든 이야기의 생산과 유통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놀이’를 ‘일’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의 출현 또한 세계 이야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해 주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원형에서부터 동양설화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와 유럽 등의 서사적 자원에서 무수한 아이디어를 뽑아내서 소위 미국식 영화를 만들어 세계를 길들여 왔다. 디즈니사 역시 세계 각국의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어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캐릭터 파워라 불리는 디즈니사의 이야기 산업 성장 전략은 ‘이야기 자원’의 다양한 수급방식이다. 비록 다른 나라의 ‘이야기 원형’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철저히 미국식 상상력 속에서 재탄생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역사가 짧은 미국으로서는 대단한 부가 가치 창출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백설공주’는 독일의 그림동화가 원작이고, ‘피노키오’는 이태리의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영국의 루이스 캐롤이 원작이고, ‘인어공주’는 덴마크 안데르센 동화가 원작이다. 디즈니의 ‘이야기 자원’의 수급 대상은 유럽 문화원형만 목표가 아니다. 아랍의 문화원형인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알라딘’을 창조해냈고 일본만화 ‘밀림의 왕자 레오’에서 ‘라이온 킹’을, ‘뮬란’ 또한 중국의 전설이 원형이다.

완성된 캐릭터가 원작과 원형의 파워를 뛰어 넘으면서 디즈니는 꿈의 미국 문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최근 들어서는 알차게 돈을 벌어주는 영화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야기 자원의 고갈 현상에 시달리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야기 콘텐츠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부터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의 시나리오들이 할리우드에 팔리기 시작했다. ‘시월애’를 시작으로 ‘JSA’, ‘조폭 마누라’, ‘엽기적인 그녀’, ‘괴물’ 등이다. 또한 최근 개봉한 ‘스위치’는 할리우드 판 ‘과속 스캔들’이다.

혹자는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할리우드가 인정한 것이라고 자찬하지만 뒤집어보면 마치 산업혁명 시절 영국이 인도에서 면화를 헐값에 사들여 면직물로 가공, 비싸게 되파는 자원 수탈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스토리를 글로벌 스토리로 바꾸어 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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