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품위 떨어뜨리는 용어의 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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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품위 떨어뜨리는 용어의 혼용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0.1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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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글쓰기 능력의 중요한 요소를 꼽자면 표현력, 논리구성력, 어법 지식 세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기사는 이 세 가지에 따라 각각 정확성, 설득력, 신뢰도 등이 크게 달라진다. 이 밖에 기자들로서는 글을 쓸 때 집중력, 기억력, 분석력 등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 중 집중력은 마감 전 글쓰기에 필수적이다. 또 이것이 발휘되지 못하면 종종 사소한 실수를 불러와 뜻하지 않게 글의 품위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신문기자 시절 로봇산업에 대한 기사를 선배에게 냈다가 혼난 적이 있다. ‘로봇’과 ‘로보트’를 섞어 썼기 때문이다. 입과 귀에 워낙 익숙한 건 ‘로보트’지만 외래어표기법 상 정확한 표기는 ‘로봇’이다. 그런데 집중력 부족으로 그걸 알고도 원고지 몇 군데엔 로보트로 적어 버렸던 것이다.

충청타임즈 12월17일자 1면 머리기사는 필자의 전철을 밟은 사례라 할 수 있다 ― 필자의 기사는 다행인지 빛도 못보고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지만. <X-마스 캐럴 실종 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캐롤송이 들렸다.>,<체감경기가 얼어붙은 것도 캐럴송의 볼륨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등 ‘캐’은 5번, ‘캐’은 9번 들어갔다.

맞는 외래어표기는 ‘캐럴’. 익숙한 현실 발음과 다르게 표기법이 정해진 느낌이지만 비슷한 예로 프트(→프트)도 있다. 이 기사 중간제목 앞부분에서는 캐롤이, 뒷부분에는 캐럴이 쓰였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또 캐럴은 의미 자체가 노래(Christmas song)이기 때문에 ‘캐럴’처럼 쓰는 건 문제 있다.

충청매일 12월20일자 1면에는 통일된 한 낱말을 써야 됨에도 두 개를 혼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아직 연합회 사 결과가 내려오지 않았다.>,<신설새마을금고이기에 연합회 사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다.>,<금융사고에 대한 사(사)결과 등이 늦어지는 이유~> 발췌한 세 문장에 들어간 문제의 단어 ‘검사’다.

새마을금고 관련 기사인데, 업계 관용어는 검사인 모양이지만 의미상 더 일반적인 ‘감사’로 통일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세 번째 문장은 친절하게도 괄호로 부기해 놓았지만 뭐가 맞는지 더 헷갈린다.

충청투데이 12월16일자 1면 머리기사도 용어 혼용 사례로 보인다. 제목 <연평도 포격 후 첫 민방공 특별훈련>과 본문 <전국민을 대상으로 제382차 민방위 특별훈련이 시행된 가운데 충북 도내에서도 오후2시부터 20분간 민방 특별 대피훈련이 열렸다.>를 보면, 훈련 공식 명칭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정부에서 연 건 민방위훈련이고 지방에서 실시한 건 민방공훈련이 아닐까 하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상당수 중앙언론의 기사도 대부분 ‘민방위’와 ‘민방공’을 같은 의미로 썼다. 소방방재청의 해석에 따르면 통상 훈련의 정식 명칭은 민방위기본법 25조에 정한 ‘민방훈련’이 맞고, 그 중 ‘공습대피’라는 테마가 들어간 게 ‘민방(대피)훈련’이라는 것이다. 구분해 써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요컨대 서술어는 가능한 한 중복 사용을 피해야겠지만 용어 또는 표기는 통일해야 한다. 가령 회견 기사에서 서술어는 ‘말했다’, ‘주장했다’, ‘밝혔다’,‘강조했다’,‘덧붙였다’ 등으로 변화를 주는 게 좋다. 하지만 위와 같이 개념상 또는 표기원칙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용어 혼용은 기사에서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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