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정의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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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정의가 주목받는 이유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2.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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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해 충청대학 행정학부 교수

겨울 산이 고요하다. 이제 자연은 본래 모습으로 겨울을 맞고 있다. 모든 겉치레와 무게를 내려놓은 채. 그 모습은 차라리 비장하기까지 하다.

지금 우리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본질문제 앞에 서있다. 도덕과 정의의 혼돈이다. 세상에 큰 충격을 준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사건이후 인면수심의 흉악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친딸과 외손녀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온 50대 아버지, 여자친구와 교제를 삼가라던 할아버지를 살해한 10대 손자, 행복한 가정이 싫다며 무작정 집안으로 뛰어들어 일가족을 살해한 40대, 본드흡입을 신고한 어머니를 출소한지 1주일 만에 살해한 비정의 아들. 땅에 떨어진 우리의 도덕수준이다.

OECD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대형할인마트로 골목상권이 초토화되고, 대기업에 완전히 종속된 중소기업의 운명, 이제 사용주의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딱한 신세, 갈수록 벼랑 끝 삶의 위기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비도 삭감한 MB정부, 고령자 빈곤비율이 OECD에서 가장 높은 나라. 서러운 사회적 약자의 삶이다.

극악무도한 흉악범죄가 성행한다는 것은 사회의 기본, 즉 윤리규범이 무너졌다는 반증이다. 어른이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되레 못된 짓을 하는 것은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내팽개치는 것과 흡사하다. 자신의 빗나간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사회의 본질인 윤리와 상식을 짓밟으니 도덕은 혼란스럽다. 마찬가지로 4대강과 각종 실세예산(형님예산)을 밀어붙이려니 대화와 양보라는 정치의 도덕 또한 내팽개쳐 진다. 날치기는 벌써 3년째 재방송이다. 나라의 근간인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의심케 하는 MB정부의 국정운영, 목적을 위해 과정을 무시하는 흉악범죄와 무엇이 다른가.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왜 도덕인가’가 베스트셀러란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 이면에는 정의롭지 못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 분노한 대중들의 고뇌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도덕에 관한 관심은 최근 땅에 떨어진 사회도덕에 대한 희구가 서려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가장 기초적인 가치인 도덕이 있어야 할 자리에 경제논리만이 가득하다. 여기에 소위 보수로 가장한 기득권 세력의 약육강식이 구석구석 판을 친다.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 가치인 협동과 공동체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정권안위를 위해 기본권적 자유를 유린하고, 4대강 때문에 의회주의가 실종되었고, 그 공사현장에는 불·탈법이 판을 치고 있다.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라는 물신의 영향이며 작게 보면 MB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의 결과이다.

소위 ‘부자 되세요’, ‘일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에 백배 공감하는 이 시대에 도덕적 가치는 유보되고 부정의는 날뛰게 된다. 여기에 정치권의 권력남용과 거짓말, 사회지도층의 부패와 편가르기, 그리고 맷값 폭행으로 백미를 장식하고 있는 재벌들의 한심한 작태. 국민대중의 도덕불감증을 방조한 모든 악의 근원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을 지켜내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은 어떤 종교보다, 어떤 철학보다도 우선한다. 올바른 정치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본받을 만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사사롭고 편협한 국민 개개인의 욕망을 되돌아 반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M 샌델 교수의 주장인데, 현재 우리의 정치와 정책은 오히려 도덕을 희생하고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래서 찾아 온 원자화된 개인과 파괴된 공동체, 그리고 극심한 양극화.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아름답던 가을도 한때. 이미 계절은 겨울이다. 모든 자연이 본모습으로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따뜻한 도덕과 강물 같은 정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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