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탕진한 제천 중앙시장 ‘밑 빠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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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 탕진한 제천 중앙시장 ‘밑 빠진 독’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1.01.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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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편리, 문화 3박자 없이 외형 가꾸기에만 예산 쏟은 탓

제천을 대표하는 전통상권인 중앙시장이 막대한 시설 현대화 예산 투입에도 쇠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시설 개·보수와 같은 하드웨어 보강에만 치우쳐 전통시장이라는 본연의 가치와 특색을 살리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제천시의회 김꽃임 의원은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중앙시장에 투입된 활성화 기금은 무려 90억 원에 육박한다”며 “그럼에도 고객이탈 현상이 지속되는 등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제천시가 중앙시장 활성화에 90억 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대형마트에 고객을 대거 빼앗기는 등 쇠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해당 시장만의 특색을 부각하고 문화콘텐츠를 가미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선이 필요한데, 중앙시장은 이 같은 무형적 자산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앙시장은 자생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수입품 취급점, 저가의류점, 섬유 가공업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어정쩡한 상태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시내 도처에 초현대식 시설과 첨단 마케팅 기법이 가미된 대형 마트가 속속 입점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에 제천시는 2004년 17억 3000만 원을 들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17억 원을 투입해 방수 및 편의시설 공사를 벌였다. 2007년에는 10억 3000만 원을 들여 건물 냉·난방 시설을 설치했다. 같은 해부터 시작된 주차장 건립에는 지난해까지 무려 34억 300만 원을 쏟아부었다. 문화센터 개설에도 7억 700만 원이 들어갔다.
시는 올해에도 중앙시장 지하주차장 확장을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 점포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중앙시장의 노쇄화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중앙시장이 시의 전폭적인 물량공세에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 중구난방으로 업종이 난립해 전통시장으로서의 특색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중앙시장에는 약 700개 가량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소매의류와 신발류 판매업. 서울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에서 상품을 떼어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열 점포 중 한 곳 가량은 식생활품을 취급하는 매장이고, 두 곳 정도는 기타 잡화 업소다. 지역에 우후죽순 난립한 현대식 대형마트와 경쟁이 불가피한 업종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수한 상품을 싸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대형마트와 상대해 이긴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제천의 지역적 특성이나 소비 패턴을 감안해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업종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등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급하다.

또한 전통과 예술이 가미된 특색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한편, 친절하고 편리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시와 상인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의회 김호경 의원은 “중앙시장 주차장 등 시설 현대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러 조사 결과 시장 활성화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가 우수한 상품을 값싸고 즐거운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문화와 친절을 가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청주 육거리시장은 값싸고 신선한 과채류와 떡집, 밑반찬류 등 전통 음식점 위주로 업종을 개편하고 오일장을 활성화하는 등 전통문화까지 가미해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발돋움했다. 시장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선 상인연합회의 노력에 시의 치밀한 지원 전략이 보태진 결과다. 제천 중앙시장 활성화의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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