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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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표현들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1.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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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글이 참신하다’라는 평은 작가는 물론 기자라면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다. 그렇다면 참신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주제에 대한 접근 방법, 문체, 수사법, 어구 등 이를 추구할 영역은 복층적이다. 기사에서 참신성을 추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정해진 틀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그렇다. 하지만 요즘엔 피처(features)기사에서 글재주를 맘껏 뽐내는 기자들이 많다. 특히 문화면이나 스포츠면이 그러하다.

이런 경향은 제목의 ‘혁신마인드’로 이어져, 한자와 영어까지 섞은 음차(音借)와 신조어들이 마구 양산되는 추세다. 지금은 흔해빠졌지만 ‘돈脈硬化’ ‘氣UP하기 좋은 도시’, ‘눈만 오면 雪雪’ 등이 그 예다. 언뜻 참신해 보인다. 하지만 남용은 피하는 게 좋다. ‘대립각, 날선 공방, 유명세’등은 90년대 초만 해도 잘 안 쓰였는데, 이제 참신하달 것도 없이 본문에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새로운 표현의 범용화에는 문법과 단어 개념에 입각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다음 문장의 서술어 표현은 참신하다기보다 문법적 오류에 가깝다 하겠다.
①겨울방학을 맞아 충북도내에서 자전거 도난이 잇따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충청매일 1월24일자 3면) ②김 이장은 “세금으로 받은 수당을 이웃에게 되돌려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당연시 여겼다.(동양일보 1월24일자 1면) ③이런 불신이 거듭되면 국민들은 극도의 피로감에 쌓인다.(충청타임즈 1월24일자 1면)

첫 번째 글에서 동사 ‘당부된다’보다는 형용사 ‘필요하다’가 적절하다. ‘당부’는 동사로 파생될 때 ‘-하다’가 붙지, 여간해서 ‘-되다’가 붙지 않는다. 덧붙인다면, ‘~가 요구된다(요구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일본어투라고 한다.

두 번째로 ‘당연시 여겼다’는 ‘당연시했다’로 족하다. ‘당연시’에 ‘여기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겼다’를 쓰고자 한다면 ‘~로, ~(이)라고’ 등으로 끝나는 부사어가 수반돼야 한다.

셋째 문장에서 ‘피로감’과 ‘쌓인다’가 문제인데, <국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이 쌓일 뿐이다.>식으로 고치는 게 어떨까. ‘쌓인다’는 자동사고, 그 동작주(動作主)는 ‘국민들’이 아니라 ‘피로감’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주어로 해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로 고칠 수도 있겠다.

한편 오타인지 착오인지 모호하지만 짚어둘 만한 것들이 있었다. 중부매일 1월21일자 1면 <우리나라에는 통 150만여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데 올해는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한데 ~>, 충북일보 1월21일자 15면 <당시 1만5천평을 보건복지부에 양보한 것은 기부납 성격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에서는 ‘통’, ‘기부납’이 잘못 들어갔다.(띄어쓰기는 원문 그대로임)

‘통산’은 ‘다 계산해서’라는 뜻. ‘한일 축구 통산 전적 40승21무12패’처럼 쓰인다. 주로 누적 기간과 함께다. 또 다음 나오는 수치는 (계산했기 때문에) 정확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선 ‘보통’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통상’이 맞는다. 기부(寄附)는 민법상의 증여와 같은 것이고 채납(採納)은 승낙에 해당된다고 한다. 국가,자치단체가 무상으로 받는 걸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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