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눈물과 함께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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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눈물과 함께하는 마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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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일 변호사(충주)

차를 몰고 어느 곳을 가든 구제역 방역이 한창이다. 뉴스에선 연일 구제역에 관한 소식을 접한다.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잠잠해 질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전해지는 많은 농가의 슬픔과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관련 공무원 그리고 살(殺) 처분되는 수많은 가축들…. 하루하루 지나면서 구제역과 관련된 슬픈 소식들을 접하다 보니 내 마음도 구제역으로 고통 받는 그 분들의 마음이 되어 가고 있다.

내 주위에 농장을 하시는 분들 걱정도 직접 들었다. 충주에서도 구제역이 발병되면서 한결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눈물 흘리는 농가와 살기 위해 울부짖는 가축의 수는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슬픈 현실은 이런 농가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밤늦게 서울을 가다가 겪었던 일이다. 춥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구제역 방역이 이뤄지고 있었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분사구가 얼어서 제대로 방역이 될까 싶을 정도였다. 오늘 세차를 했는지 깨끗한 중형 세단이 앞에 있었다. 그런데 소독기 앞에서 수 초 정도를 정차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더니만 소독기가 멈추자 지나가는 것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울컥 하였다. 쫓아가서 “이러시면 안 되죠”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직접 소나 되지를 키우지는 않지만, 수 십 년을 고생해서 일궈놓은 피 같은 재산을 잃는 슬픔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가축을 살 처분하면서 직접 고통을 받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린 그분들이 힘들게 고생한 덕분에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고통을 함께하진 못해도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네티즌의 마음을 울렸던 ‘축산농가 아들의 살 처분 매몰 일지’가 있다. 12월23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장문의 글이 올라 왔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유동일씨는 파주에서 13년 동안이나 자식처럼 키워온 가축을 살 처분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과 현장의 비참함을 일지 형태로 담아냈다. “소들이 죽고 난 빈자리에는 적막만이 흐른다”는 내용과 함께 “휴일이 없고 고생한 부모님의 땀은 누가 보상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농장을 키우게 된 데는 13년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저랑 아버지, 동생이 마지막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주었습니다. 방역담당자 안락사를 위해 주사기에 독약 주입. 여자 방역담당자는 삼십대 주부, 살 처분 때문에 3일째 밤샘. 주사기 갯수 확인할때 저 앞에서 구토를 합니다. 1주일째 소화가 안 된다면서.”라고 쓴 12월21일 일지는 현장상황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노력 했을 것이고, 한해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애썼을 것이다. 또 새로운 해를 뜻있게 맞을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일출을 보기 위해서, 재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서 길을 나섰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슬퍼하고 고통 받는 슬픈 우리 이웃을 돌아보고 위로해 줄 때인 것 같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많은 분들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공감하며 작은 실천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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