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위탁 예산 깎으니 용역 노동자 처우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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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위탁 예산 깎으니 용역 노동자 처우 악화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1.02.16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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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소속 미화원보다 일은 고되고 급여는 60% 수준…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 우려

제천시의 생활폐기물 위탁 처리 업무가 지나치게 폐쇄적인데다 일방통행식 행정 관행으로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 극대화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1988년부터 종량제봉투,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 대형폐기물 수집과 같은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이 밖에 도로변 쓰레기 수거를 포함한 공공 분야 폐기물은 시 소속 미화 공무원들을 통해 직접 처리하고 있다. 시 직영 업무는 민간 위탁 분야에 비해 쓰레기 처리량이 적은데다가 긴급하지도 않아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한 편이다.

▲ 제천시가 민간 위탁 업무인 생활폐기물 처리 사업 예산을 지나치게 삭감해 청소 용역원의 처우가 악화하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반면 똑같은 쓰레기 처리업에 종사하면서도 시 소속 미화 공무원의 급여 수준은 연봉 기준 4500만 원 내외인 데 비해, 위탁업체 소속 민간 청소원은 2700만~3000만 원에 불과하다. 공무원 급여의 60~67%로 노동 강도를 감안할 경우 양쪽의 처우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민간 대행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격무와 낮은 급여를 참지 못해 항의 집회를 갖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와 관련한 시민 만족도 저하 같은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노동 강도가 시 소속 환경 미화원보다 높음에도 위탁 업체 청소원들의 처우가 이처럼 열악한 이유는 무얼까?
제천시는 지난해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비용을 용역원가의 58%로 정하고 이를 해당 업체에 일방 통보했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턱없이 낮은 처리 비용을 수용한 업체들로서는 사실상 유일한 원가절감 수단인 청소원 급여 삭감 또는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단순히 민간 청소원들의 처우 문제에 그치지 않고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 미화원 간의 위화감 조성은 물론 민간 업체 용역원의 잦은 이직과 전문성 저하에 따른 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민간 환경 업체에서 5년째 청소 용역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일은 민간 업체 용역원들이 더 많이 하면서도 급여는 시청 소속 미화 요원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더 받는 것에 대해 동료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며 “시가 원가 절감 같은 실적 쌓기 수단으로 용역 계약비를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청소 용역 직원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생활폐기물 담당 공무원은 위탁 처리비를 대폭 절감한 공로를 인정받아 포상을 받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업체 동료 B씨는 “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폐기물을 밤낮없이 처리하는 민간 위탁 업체의 처리비를 반 토막 가까이 깎으면 이윤을 보전하려는 업체로서는 당연히 직원 급여 삭감이나 정원 감축 등 인건비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시민의 고용 창출과 소득 향상에 기여해야 할 시가 되레 고용 증대를 발목잡고 서민의 소득 감소를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제천시는 지역을 3개 구역으로 나눠 H, C, D환경 등 3개 업체에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를 할당하는 사실상 독점적 위탁 체제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이들 환경 처리 업체는 면허를 시에 자진 반납하거나 결격사유로 허가가 취소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독점 위탁 체제를 지속할 수 있다. 18개 업체가 난립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근 원주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가 3개 업체에 안정적인 시장환경을 보장하는 대신 시의 입맛대로 업체를 관리하려 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시는 생활폐기물 위탁 처리 업무를 전면 개방할 경우 업체들 간 협의체 구성으로 시의 통제권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위탁 업무 수주 업체 사이의 담합에 따른 대행 수수료 인상이나 대량 폐기물 배출 수수료 인상과 같은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당한 원가를 지불하는 대신 업체들 간 경쟁 구조 도입을 통해 경영의 합리화나 서비스의 질적 강화, 노무 환경 개선 등을 유도함으로써 기업과 노동자, 시민이 모두 승자가 되는 참된 민간 위탁 모델을 시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에 지정될 경우 일정한 이익 달성 시점이 지나면 타 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해야 민간 특유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공공 부문와 민간 분야의 처우 격차나 공공 서비스의 질적 개선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눈에 보이는 원가 절감 성과에만 집착하는 현재의 공무원 실적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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