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 원도심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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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 원도심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2.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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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사직동 원도심의 토지소유자들이 재개발 조합을 결성하여 초고층의 주상복합 건물을 세우려는 계획이 그 최종단계인 청주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만 남겨놓고 있다. 토지 소유자들은 대개 지역 외의 건설업체와 투기꾼들로서 몇 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영세지주들과 매매계약을 체결해 왔다고 한다.

한편 청주시는 현시장이 녹색수도를 표방할 만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꾸미기를 주요 시정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실련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은 문제점이 드러난 초고층 아파트로의 재개발보다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쪽을 선호한다. 경실련이 내놓은 대안적 개발 모형은 청주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경관, 경제적 약자인 도시의 중소 상인들의 경제적 활력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연 이런 시민사회의 대안적 개발 모델이 지주조합과 건설자본의 저항을 이겨내고 시정부의 정책으로 될 수 있을까?

도시의 주거지나 거리, 상가 등은 시간이 감에 따라 노후화되고, 이를 그대로 두면 주거가 슬럼화하거나 상권이 몰락하는 등의 부정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따라서 재개발이나 재생사업을 통해 주거기능이나 상업기능, 경관 등을 복구할 필요가 있다. 청주의 토지개발은 지금까지는 시가지의 확대, 부도심의 형성 등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에는 도심의 재생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기존의 주거지 및 인프라를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 건축하는 재개발은 도시재생의 한 범주로 간주된다. 이런 재개발은 언제나 건설자본과 토지투기세력, 그리고 개발주의에 물든 지방정부의 개발연합이 개발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선호하는 방식이다. 용산참사의 비극은 바로 원주민이나 중소상인들을 희생하고 대자본인 개발업체가 개발이익을 챙기려다 발생하였다.

문제는 이런 재개발 방식은 자산거품이 붕괴할 때, 특히 부동산 거품이 소멸하는 국면에서는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용산재개발은 그 어마어마한 초기투자 필요액과 예상 수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해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사직지구는 이제 발상을 바꿔 지속가능한 재생방식의 계획을 통해 청주시와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투기자본과 대규모 건설업체의 막무가내 식 사업추진을 저지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참여계획’이라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시민단체가 공익적인 비전을 가지고 도시재생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상황이므로 어느 정도 시민 참여의 계획을 만들어나갈 기반은 마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계획과정에 직접 당사자인 주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상업적 활력을 유지하거나 만들어내기 위해서 계획 지구의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주택개량사업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재생에 필요한 돈과 여타의 자원은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논의하고 창의적인 공간설계와 사회적 계획을 수행해나간다면 지역주민은 재개발로 인한 완전히 낮선 공간이 아니라, 익숙하지만 자신들의 손에 의해 창의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느끼는 공간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직동에서 건설자본과 투기꾼의 이익 논리에 의한 공간형성 아니라, 협동과 문화적 정체성, 주민 공동체에 의한 창조적인 건축 공간 형성이라는 위대한 실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청주시와 시민사회는 노력을 경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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