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업힌 음성 지역사랑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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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 업힌 음성 지역사랑 상품권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3.1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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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행 대신 농협상품권에 스탬프 찍어 유통
판매 급감·타 금융기관 환전 중단, 주민불편

음성군이 지역 상품권의 발행과 유통 구조를 바꾼 뒤 판매량이 급감하고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음성군은 올 초 ‘음성사랑 신바람상품권’ 발행을 중단하고 농협상품권에 지역상품권임을 알리는 스탬프를 찍어 유통시키기 시작했다.
군은 “음성사랑 상품권이 여러 번 사용되지 못하고 단기성 사용에 그쳐 지역경제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여론 등 일부 의견을 반영해 지역상품권 유통개선 대책을 마련, 지난 1월부터 농협상품권을 이용해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음성군이 지역상품권 자체 발행 대신 농협상품권에 스탬프를 찍어 유통시킨 뒤 판매가 급감하고 주민들이 구입과 환전에 불편을 겪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농협상품권에 스탬프를 찍은 지역상품권.
음성 지역사랑상품권은 농협이 발행하는 농촌사랑상품권 앞면에 ‘음성군 지역사랑 상품권’임을 표시하는 스탬프를 찍어 구분한 것이다. 또 ‘본 상품권은 음성군 관내 모든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스탬프를 앞면과 뒷면에 찍어 지역상품권임을 강조하고 있다.

군은 상품권의 발행과 판매, 환전, 회수 등 모든 관리를 농협에 전담케 함으로서 연간 1억2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상품권 자체 발행중지에 따른 인쇄비용과 환전수수료 등 연 1억2000만원의 예산이 획기적으로 절감돼 건전 재정 운영에 도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농협상품권 사용으로 군민의 상품권 사용에 대한 거부감은 덜하고 친근감 상승으로 회전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역색깔 퇴색, 절반 가까이 판매액 감소

하지만 음성군의 기대와는 달리 상품권 판매액이 급감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지역사랑 상품권 판매액은 1억5000여만원으로 과거 월 평균 판매액 3억여원이던 신바람 상품권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김 모씨(45·상업)는 “농협상품권에 스탬프를 찍어 유통하고 있지만 지역 상품권이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마치 수표에 발행한 지점을 표시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올 초 발행이 중단된 음성 신바람상품권은 발행 5년 만에 176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만큼 성공한 지역상품권으로 평가받았다. 인구나 경제규모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 비교해도 청주 재래시장 상품권에 이어 도내 2위를 차지했다.

가맹업소도 1500개소가 넘을 정도였다. 음성지역 전체 도소매업소가 1390개소. 여기에 음식점 까지 합쳐도 2000여개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반인들이 드나드는 거의 모든 업소가 음성상품권 가맹점인 셈이었다

군은 음성상품권 구입 운동을 적극 전개했으며 기관단체도 행사 시상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역내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등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현금과 똑같이 상품권 취급에 나섰다. 금융기관이 상품권을 현금과 똑같이 취급함에 따라 개인간 거래나 물품대금으로 상품권이 통용되는 등 민과 관, 그리고 기업의 공동 노력이 낳은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농협을 통한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전환된 뒤 빛이 크게 바래고 있다.

1억원과 바꾼 활성화·주민 편의

더욱이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바꾼 뒤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신바람상품권은 농협은 물론 신협과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등 모든 지역 금융기관에서 구매와 환전이 가능했지만 지역사랑 상품권은 이 모든 것을 농협에서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 옛 신바람 음성사랑상품권.
한 주민은 “군이 농협상품권을 활용하면서 관내 모든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돼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과거에도 거의 모든 업소가 가맹점으로 등록돼 상품권 이용에 큰 불편이 없었으며 실제 대리운전 요금도 상품권으로 대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여전히 군 직원 급여의 5%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등 상품권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농협상품권을 지역상품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1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지역상품권 활성화와 주민들의 편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음성군이 농협 상품권 영업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유통업을 한다는 신 모 씨는 “음성군이 농협홍보단인지 궁금하다. 사업장에서 상품권을 받아 환전하려면 거래 은행이 아닌 농협으로 가야한다. 이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특정 금융기관 상품권에 스탬프를 찍어 지역상품이라고 하는 자체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연매출 ‘8억’ 벤치마킹한 ‘40억’ 상품권
보은 지역 상품권 사례 참조, 부적절 논란

음성군 관계자는 신바람 상품권을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대체한 배경에 의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사용횟수 저조와 일부 업소의 취급 거부, 연간 1억2000만원의 예산 문제 등을 들며 의회가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것. 실제 지난해 당초 예산심의에서 상품권 발행비용과 환전 수수료 등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구매 협조를 통해 기업 등이 상품권을 구입할 경우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환전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특히 1억원이 넘는 군 예산을 매년 사용하는데 대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관련예산이 삭감된 것을 겨우 살려내는 등 상품권 구조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상품권을 활용하는 방안은 보은군 지역상품권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져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굳이 연매출 8억원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보은 상품권을 연매출 40억원의 음성상품권이 벤치마킹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한 주민은 “연간 예산 1억원을 들여 주민 편익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면 낭비수준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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