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시장님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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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시장님의 정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03.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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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인문학이 소비되는 범위가 넓어졌다. 정치인도 기업의 CEO에게도 인문학이 필요한 세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에서 인문학은 찬밥이다.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 과들은 정리해고 1차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에서 철학과를 비롯한 어문계열 학과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순수예술분야는 입시생이 적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스포츠학과나 체육학과에 편입됐다. 대학사회에서 인문학은 종말 위기에 놓였지만 반대로 일반사회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인문학을 정의하기도, 인문학을 통해 무엇이 변했냐고 딱히 꼬집어서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인문학이 삶을 위로하고 살찌우며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본의 질서와 시스템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인문학 서적이 든든한 양식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사고를 가진 시장이 시정을 펼친다면 도시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한범덕 시장은 취임한지 8개월 동안 줄곧 ‘시민의 삶의 질’을 강조했다. 내 고향 청주를 품격 높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것. 그래서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한 시장의 바람처럼 청주가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문학 정치의 허와 실은 분명히 있다. 도시와 주민의 삶의 질을 위해 시장이 몸소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시민들에게 다가오는 체감온도는 낮다.

또 그동안 시민신문, 행사장 등에서 심심치않게 만났던 시민들은 이제 좀처럼 시장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시민들과 각계 단체들은 시장이 행사장에 얼굴을 비춰야 낯이 서는데 좀처럼 걸음하지 않는 시장이 의아스럽다. 그렇다고 뚜렷하게 제시된 슬로건도 없다. 그러다보니 불만도 쏟아진다.

한 시장은 똑똑한 사람이다.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휴머니즘에 바탕한 인문학적인 소양도 두루 갖췄다. 이 시대에 한 시장이 청주시장으로 있다는 것은 청주시민에게 복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시장이 바꿔놓고 싶은 큰 물줄기도, 다음 시장이 와서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청주시는 시장이 한 번도 연임된 적이 없는 사례를 갖고 있는 도시가 아닌가. 그래서일까. 한 시장은 초석을 놓기 위해 오늘도 너무 깊게 고심한다.

또 한 시장이 추구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소통의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여론을 참고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역 여론은 “4년 임기는 짧고, 취임한지 8개월이 지난 지금은 결단할 때”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민선 5기 한 시장을 선택했고, 이제는 화끈한 추진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고민만 하는 시장이 아니라 추진력 있는 시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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