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다’와 피동법
상태바
‘되다’와 피동법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3.17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장기화하다’가 맞을까, ‘장기화되다’가 맞을까. 필자는 전자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필자조차 후자가 더 익숙하게 들린다. 사람들이 ‘되다’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인 듯싶다. 이 말에는 접미사가 두 가지(화, 되다) 들어갔다. 문제는 뒤 접미사로 뭘 쓰느냐다. 언중의 사용습관과는 달라 보여도, 이 경우 ‘-하다’가 옳다고 보는 이유는 앞의 ‘될 화(化)’자 때문이다. 즉 ‘장기화되다’라고 쓰면 ‘되다’라는 말이 겹친 셈 아닌가.

일부 사전에는 ‘하다’를 붙이면 타동사로 쓰이고, ‘되다’와 결합하면 자동사로 쓰이는 것처럼 풀이해 놓았다. 쓰임새가 다를 뿐 다 맞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가지를 구분 없이 쓴 기사도 발견된다. 다음을 보자. <장기화됐을 때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중략/후폭풍이 장기화하면 도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충청타임즈 3월15일자 2면)

그런가 하면 <일본 물류시설 타격이 예상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중부매일 3월15일자 1면), <일본 사태가 장기화돼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충청매일 3월15일자 4면)에서는 각각 ‘-화할’, ‘-화해도’로 고쳐도 의미 상 차이가 없다. 즉 ‘~화되다’는 의미중복이요, 일종의 이중(중첩)피동으로서 사족이 들어간 형태로 볼 수 있다.

‘되다’는 본동사로도 사용되지만 피동법을 만드는 접미사(보조동사로 보는 학자도 있음)로 매우 많은 파생어를 만들어낸다. 성립되다, 적용되다, 구속되다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앞에 될 ‘化’가 들어간 말은 이중피동임을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 ‘되다’ 뒤에 ‘-어지다’를 덧붙이는 피동 표현도 눈에 띄는데, 이거야말로 피해야 한다. ‘생각되어진다’ 따위가 그 예다.

이런 이중피동을 인정하는 학자도 있지만 이를 일본식 조어법이라 해서 사용을 자제하라는 주장이 더 많다. <흙이 패여져 재공사가 불가피해 보였다./중략/나무 말뚝 자루가 위험하게 쌓여져 있었다.>(충청매일 2010년 8월23일자 3면)에서는 패여져(→파여, 패어)와 쌓여져(→쌓여)는 이중피동이다. 보여지다, 쓰여지다, 잊혀지다, 끊겨지다 등도 마찬가지다. 피동법에는 먹이다, 맺히다 등처럼 어근에 피동접미사 ‘-이, -히, -리, -기’를 넣어 만드는 파생적 피동법과 ‘-되다, -게 되다’, ‘-아(어)지다’, ‘-당하다’가 붙은 통사적 피동법이 있는데, 이걸 중첩 사용하면 이중피동으로서 우리말답지 않다는 것이다.

피동법은 언론사 스타일북이나 글쓰기 지침서에서 대부분 피해야 할 표현법으로 제시돼 있다. 글이 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요즘 기사는 남용 수준의 피동법에 오염돼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기자가 단정적 표현에 자신 없고 때로 객관적 기술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다.

<처음의 취지는 해가 거듭고 안정화될수록 무색해졌다.>(충청타임즈 3월14일자 2면), <충청권 지방자치단체 움직임이 확산고 있다.>(동양일보 3월15일자 1면) <A 장례식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근조화 불법 납품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중부매일 11.3.14 3면)에서 피동법은 모두 불필요해 보인다.

한편 피동접미사 ‘-이’대신 ‘-히’를 쓰는 오류도 종종 눈에 띈다. <연탄재로 뒤덮 앞마당은 쓰레기장이 버렸습니다. >(CJB 3월14일자) ‘뒤덮, 버렸-’이 맞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