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라 수익성 한계…대행이라 서비스 한계
상태바
공단이라 수익성 한계…대행이라 서비스 한계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3.23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설관리공단, 서비스 뺀 행정업무 대행 불과 비판
단순 위탁 벗어나 편익·공익 증대 마케팅 고민해야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 됐으니 공기업으로 봐야 하지만 인건비나 운영비 전체를 청주시가 부담하고 이익금도 전액 시에 납부하니 엄밀히 따지면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말은 거꾸로 공단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고 여느 기업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도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청주시시설관리공단 소속 주차관리원이 노상주차장에서 요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 20억원에 가까운 운영손실에 대해서도 공단은 직접적인 책임이나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수익을 내는 공영주차장이나 적자가 불가피한 장애인 이동지원사업 모두 시가 이용료를 정하고 공단은 이에 따라 운영만 할 뿐이다. 모든 비용을 시가 부담할 뿐 더러 설령 수익이 발생해도 전액 시에 납부해야 하니 ‘이윤추구’라는 보편적 기업의 원리는 당초 끼어들 자리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단이 구조적 한계에 안주해 자기혁신을 꾀하지 못하고 있으며 청주시 또한 행정논리에 매물 된 채 서비스와 효율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케팅이 불가능한 구조?

결산이 완료된 2009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은 8개 사업을 통해 35억688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공영주차장 사업만이 2억854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을 뿐 나머지 7개 사업은 4500만원에서 2억98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공단 측은 더 이상 비용을 줄일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적자구조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보다 10% 이상 낮은 일반직 급여와 계약직원을 적극 활용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고 운영비 또한 최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태에서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설 이용료를 인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으며 인상폭은 2009년을 기준으로 30%는 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시설 이용료는 조례로 정해지는 만큼 공단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 오히려 적자가 불가피한 사업이 많기 때문에 인건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를 시가 부담하고 수익이 나면 시에 납부하는 지금의 구조가 마음 편할지도 모른다.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시설 이용료를 올리지 않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된다는 정서도 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으로 행정조직에서 떼어 낸 만큼 행정 논리에 안주하는 것은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설을 운영·관리하는 데에 그칠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실무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생활관이나 수영장, 김수녕양궁장 등의 시설은 각종 대회나 행사 유치 등을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또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합산업단지도 산업용지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아파트나 상업용지에서 얻은 수익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시설관리공단 또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적극 발굴해 적자가 불가피한 해피콜 등 장애인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사 전환도 검토 가능

시설관리공단이 제 역할에 좀 더 충실하기 위해서는 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예술의전당과 청주체육관, 시민회관 등 나머지 시설의 운영관리권도 이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청주시는 청주예술의전당, 시민회관, 청주문화관, 청주체육관, 종합경기장, 야구장을 직접 운영·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기관을 관장으로 하는 문화예술체육회관을 두고 있다.
또한 청주동물원과 어린이회관은 청주랜드사업소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장례식장과 화장장, 공원묘지를 갖춘 목련공원과 용정 축구공원의 관리가 올해부터 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됐다.

시설관리공단이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시가 직접 관리하는 나머지 시설까지 관리권을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문화예술체육회관이 운영하는 시설은 2009년 수입 3억9900만원, 지출 24억6000만원으로 2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화예술체육회관에 근무하는 직원만 60여명에 이른다. 이를 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할 경우 현 구조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설관리공단의 공사 전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익성을 훼손하지 않고 적자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제약이 많은 공단을 공사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서비스 향상은 물론 지방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 지역 시설관리공단은?
춘천-공사전환, 안양·전주-흑자 전환

시설관리공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타 지역의 경우 효율과 서비스 확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춘천은 1993년 주차시설관리공단으로 출범해 2003년 시설관리공단으로 확대개편 한 뒤 올해에는 도시개발공사와 통합해 춘천도시공사로 전환됐다. 현재는 시설관리 부문과 도시개발 부문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이를 통합해 완전한 공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안양과 전주는 흑자로 전환한 경우다.
안양은 지난해 17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지출은 121억원에 그쳐 4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96억원의 매출을 올린 전주는 지출이 67억원에 그쳐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안양은 체육·문화시설 외에 종량제봉투 판매, 가로·보안등 관리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주는 늘푸른마을임대아파트와 월드컵골프장을 운영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실현했다.

전주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아직 완전한 경영안정화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사업영역을 다변화 하면서 당기순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익이 최우선인 만큼 손익계산 보다 시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