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아파트가 필요할 만큼 땅이 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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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아파트가 필요할 만큼 땅이 좁나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3.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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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정경부장

청주시 사직동 5만8000㎡ 부지에 짓겠다는 59층 주상복합아파트를 허가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22일 열린 청주시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판단을 유보했다.
이곳은 상업지역으로 청주시가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요건만 충족된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토지소유주들이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벌일 수 있고 부동산개발업체가 전체 토지를 사들여 단독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곳에 초고층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곳은 4~5년 전 몇몇 부동산 개발업체가 경쟁적으로 땅주인을 만나며 토지확보 경쟁을 벌이던 곳이다. 그러다 업체의 자금력 부족과 주택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움직임이 크게 위축됐었다.

그러는 사이 업체가 사들인 일부 건물을 철거한 뒤 방치해 도시미관은 물론 청소년 우범지대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빗발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이곳의 토지주들이라며 초고층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시에 심의를 요청했다. 또 다른 측 주민들은 이를 반대한다며 목청을 높이는 등 찬반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초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측의 뒤에는 땅을 사들이던 개발업체가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땅 전체를 사들일 여력이 없거나 또 다른 이유로 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벌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충북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이유중의 하나도 이같은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몇 년전부터 상당수 토지를 사들였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조속한 사업추진이 필요했을 터다. 상업용지인 만큼 시세보다 높은 값을 쳐 주기도 했을 것이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초고층아파트가 유일한 대안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원도심 한복판에 또다시 초고층아파트를 허가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도심 경관이나 스카이라인 훼손과 같은 도시문제도 심각하지만 자칫 주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는 건축과 관리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은 분양받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형 아파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주지역에 남아 있는 미분양 아파트의 대부분은 40평형 이상 대형 물량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나 지웰시티만 보더라도 초고층아파트의 성공 가능성이 결코 높지 않음이 증명된다. 더욱이 지웰시티는 대형 백화점과 공공시설이 주변에 들어서도록 계획됐지만 야간에 불 켜진 집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초고층아파트 뿐인가. 일반 15층짜리 아파트도 대형 평형은 1억원 이상 할인해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바닦을 치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해 짓겠다는 초고층아파트가 자칫 적잖은 주민들을 헤어 나오기 힘든 늪으로 안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청주시는 38개 도시·주거환경 정비구역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도심의 얼굴이 바뀌고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마당에 초고층아파트 건설사업을 지금 당장 승인해야만 하는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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