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격려,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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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격려, 이젠 그만!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1.04.07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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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청리뷰대표

김준규 검찰총장이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 참석한 고위간부 45명에게 200~300만원씩든 돈봉투를 건네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대검찰청측은 ‘관행에 따른 격려금 지급’이라고 해명했지만, 회의 한번에 9800만원의 ‘특수활동비(판공비)’를 지출한 것에 대해 여론이 분분하다. 실제로 이날 고위간부들이 받은 봉투 뒷면엔 ‘업무활동비, 검찰총장 김준규’라고 적혀 있었고 누구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는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가 올해 189억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대검찰청측은 "범죄정보 수집과 수사활동을 하는 데 사용되며 전국 검사장 회의나 총장이 지방 검찰청을 방문할 때도 지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직자 한명이 ‘흔적없이’ 쓸 수있는 돈의 규모가 189억원이라니…놀랍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김 총장은 지난해 11월 출입기자들에게 변형된(?) 형태의 촌지를 제공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취임이후 출입기자단과 첫 저녁식사 자리에서 추첨을 통해 8명의 기자에게 돈봉투를 건넨 것이다. 역시 봉투에는 ‘격려 김준규’라고 적혀 있었고 50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는 것. 필자의 추측으론 출입기자단의 2차 뒷풀이 술값을 직접 건네면 거절할 수도 있겠다 싶으니까, 묘한 방법으로 400만원을 전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튿날 일부 신문에 보도되자 봉투를 받았던 기자들은 반환하거나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기관장의 격려금 관행은 대검찰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조직 대부분에 해당한다. 과거, 도지사가 시·군을 순방할 때면 적지않은 격려금을 시장·군수에게 전달했다. 심지어 청남대에 휴식차 내려온 대통령이 관내 기관장을 초청해 돈봉투를 주기도 했다. 대통령이 ‘행차’하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행정·경찰 조직의 장에게 ‘미안한’ 심정을 전하는 뜻이기도 했다.

나랏돈으로 생색내는 일은 대한민국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해외출장 때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업무추진비(2억2934만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7462만원을 방문국 대사와 총영사 등 해외공관에 대한 격려금으로 사용했다. 현지 공관에 건넨 격려금은 일정 조율과 길 안내를 하는 데 대한 답례 성격일텐데 출장비 지급규정에 없는 편법이다.

하여튼 공조직의 상급기관장이 관리감독하에 있는 하급기관을 방문할 때 의례히 건네준 것이 격려금이었다. 물론 사기업이나 민간조직에서도 격려금이란 것이 있다. 상사가 부하직원들이나 휘하 조직을 북돋아 주기 위한 차원에서 또는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조직의 관행처럼 굳어진 경우는 드물 것이다. 또한 사적조직에서 이런 방식의 상의하달 소통구조를 갖고 있다 한들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기관장 업무추진비가 ‘격려금’으로 둔갑해 쓰여지는 경우다. 국가 공무원으로서 합당한 보수를 받고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 다시 세금으로 ‘격려금’을 더해주는 셈이다. 물론 특별한 성과를 거둬 포상하는 의미의 격려금이라면 시비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관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그때 그때 호주머니 돈처럼 꺼내쓰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개인 인기관리를 위해 ‘촌지’처럼 쓰여지는 것을 막기위해 철저한 사후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격려금의 사전적 용어풀이는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주는 명목으로 주는 돈”이다. 우리 사회가 돈으로 ‘용기와 의욕이 솟아나는’ 풍조가 있다면, 사실은 그것부터 바꿔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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