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규탄… 정녕 충북의 단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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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규탄… 정녕 충북의 단어인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1.04.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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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위원

   
국가의 주요사업이 있을 때마다 충북은 꼭 설움을 당한다. 힘없고 빽없는 현실을 상기라도 시켜 주듯 순조롭게 되는 게 없다.

그러나 어떤 좌절과 회유와 협박에도 꿋꿋하게 버텨내면 승리하는 게 또 충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지난하고 힘들다. 하던 일 집어치우고 청와대로, 국회로 쫓아가 머리깎고 항의하든가 아니면 청주체육관으로, 성안길로 모여들어 울분을 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MB정부는 마치 어떻게 하나 보고 결정하려는 듯 일단 지역끼리 싸움을 시킨 뒤 가장 독하게 싸우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도 공정하지 않다. 영남권은 먹고 들어가는 점수가 있고 충북은 ‘맨 땅에 헤딩’해야 한다.

이번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면 충북도가 얼마나 오랫동안 첨복단지에 매달렸는지 알 것이다. ‘공모제’라는 이름으로 ‘머리가 터지도록’ 경쟁을 시켜놓고 결국에는 대구·경북을 1위, 충북 오송을 2위로 선정하지 않았는가.

대구는 수시모집에서 일찌감치 합격시켜놓고 오송은 정시에서 여러 군데와 경쟁시킨 뒤 마지못해 2위로 낙점하는 웃기는 공모제를 우리는 경험했다. 오송이 여러 면에서 대구보다 훨씬 성적이 좋았는데도 말이다. 충북은 과학벨트 선정을 앞두고 설마설마 했으나 역시 또 당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과학벨트=정치벨트’ ‘과학벨트=형님벨트’라는 말이 나올까.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역별 과학벨트 입지선정 시뮬레이션 평가 결과 대전·충청이 83.88점으로 가장 높았다. 부산·경남은 73.45점, 대구·경북은 53.62점, 광주·전남은 40.40점 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평가는 휴지가 되고 말았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일 1차 과학벨트위원회를 열었다. 모양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마치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했다. 하지만 이미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가속기는 한 곳에, 연구원 분원은 탈락한 지역에 주는 분산배치를 유력한 정부방침으로 시사했기 때문에 이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위원회는 분명 허수아비다. 들러리다. 이 정부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위원들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우스운 모습을 참 여러 번 보여준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과학벨트가 공약으로 제시될 때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대전의 대덕 연구단지, 충북 오송·오창의 과학단지 등과 같은 충청권 지역의 과학비즈니스 집적도시를 엮어 구축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발표됐다. 과학벨트는 처음부터 충청권이란 ‘지역 맞춤형 발전개념’이면서, 동시에 충청권 유권자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지역 맞춤형 정치적 프로젝트’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많은 교수들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했을 때도 꿋꿋하게 원안을 주장했던 학자다.

그런 과학벨트가 2010년 말 예산 날치기 때 충청권을 명시하지 않은 채로 법이 통과되면서 분란은 예정된 수순 이었다. 그럼 충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소리 치고, 삭발 하고, 항의의 강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충북이 전쟁에 뛰어든지는 이미 오래됐다. 충북사람들은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비합리적인 MB정부가 이런 것을 좋아하니. 항의, 촉구, 규탄, 투쟁…아, 이런 단어들은 어느새 충북도민들의 어휘가 돼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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