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아낌없이 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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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아낌없이 주는 나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1.04.13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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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이전까지 가로수를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가로수는 전부 플라타너스라고 생각했는데 나무를 들여다보니 종류도 달랐고 생김새도 차이가 났다. 가로수는 그저 도로에 서있는 나무쯤으로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도심의 가로수는 정말 인간에게는 ‘아낌없는 주는 나무’다. 오죽하면 김현승 시인이 ‘플라타너스’라는 시까지 발표했을까.

가로수는 척박한 토양에서 매연을 마시고 산소를 토해내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도 가로수는 상점 주인에게는 간판을 가린다며 미운털이 박히고, 교통 운전자들은 가로수가 가져다주는 눈의 휴식은 생각하지 못하고 우선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다.

가로수 입장에서는 수십년 동안 묵묵히 도로를 지키고 있어도 돌아오는 것은 얄궂은 말들뿐이니 처지가 한탄스럽다. 교통 소음을 줄여주고, 최전방에서 사람을 대신해 나쁜 공기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1m도 안 되는 작은 박스 안에 흙이 조금 있을 뿐 사방 시멘트로 둘러 싸여 있어 숨쉬기도 여의치 않다. 이른 봄에는 겨우내 전지를 통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다. 외국에서는 심는 반경이 넓지만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다닥다닥 심을 수밖에 없다.

청주시가 최근 생명수 1000만 그루 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녹색수도 청주 이미지에 걸 맞는 이번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진행한다. 시민들의 기증과 지정기탁을 유도해 분위기를 돋우고 임기 내에 녹색도시로 가꾸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임기 내에 나무심기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청주시는 민-관의 거버넌스 형태로 도시림을 가꾼 대표도시가 될 것이다. 가로수 관리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나무를 재활용한다거나 묘목을 키워 분양하는 정책도 펼친다.

한범덕 시장은 사실 나무와 인연이 깊다. 유성구청장으로 있을 때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벌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주시는 또한 2014년까지 3474억원을 들여 기후변화대응 선도도시, 살기 좋은 클린청주, 자연이 살아 있는 생태도시 등 3대 전략목표를 세우고 녹색수도 청주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공원녹지과 예산도 나무심기 등 사업이 늘어남에 따라 예산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제 나무를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내 점포를 가리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가로수가 있어서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산소를 배출해주는 고마운 존재로 여겨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 되면 나무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또 2만불 시대가 되면 북유럽 가구가 유행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정설이다. 충북대 신원섭 교수는 선진국의 기준을 다르게 해석했다. “선진국의 지표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심에서 얼마나 빨리 많이 숲을 만날 수 있느냐도 기준이 될 것이다.” 공간의 질을 높이면 삶의 질도 변화할 수 있다는 명제를 청주시가 드디어 실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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