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두터운 청주 원도심 경관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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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두터운 청주 원도심 경관자원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4.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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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청주대 건축학과 교수

무심천변에 위치한 사직 4구역 66층 주상복합건축물 건립 때문에 시끄럽다. 그동안 몇몇 사례도 있고, 제도적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장논리와 합법적 절차를 들면서, 시행자 측이 강행하고 있어 여러 계층 간의 갈등과 대립을 낳고 있다.

역사도시의 도심부에 있어서 고층 건축물의 입지는 지형지세나 도시공간구조상 매우 어렵다. 이와 같은 대규모 건축물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도심공간구조의 개편이라든가, 바람과 일조 등의 환경성이 검토되어야 하고, 가능하다고 해도 도심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창의적 디자인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동안 청주지역에서는 도심 평균 해발고도 45m, 우암산 최고고도지구 높이제한 94m를 고려하여 대략 15층 정도를 청주의 지역적 특징을 고려한 최고 높이라고 보면서 관리하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지역 정서상의 기준도 1990년대 후반 25층 규모의 분평동 주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지게 되었지만.

청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암산과 무심천일 것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친숙한 것이다. 남북으로 길게 드리워진 우암산자락은 상당산성, 더 나아가서는 노령산맥의 자락에서 뻗어 내려와 도심부에 와서는 주산(主山)인 당산에서 끝나고 있다. 무심천 건너 서편에는 신봉동 백제고분군에서 사직체육시설단지, 사직공원 및 구룡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구릉지가 있다. 이 구릉지와 우암산이 무심천을 중심으로 원도심의 영역을 뚜렷이 하고 있다.

이들 산수(山水)에 대해서는 오랜 시기에 걸쳐서 인문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풍수지리학자들에 의하여 수많은 이야기와 연구업적이 축적되어왔다. 이 가운데에서 청주 원도심의 경관과 형태를 결정지운 가장 중요한 지형적 특징으로는, 우암산이 동쪽에 위치하면서 서쪽, 혹은 북쪽으로 경사지고 있다는 서북사면(西北斜面), 무심천이 남에서 북으로 역수(逆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풍수사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도심부를 흐르는 무심천은 상당산에서 흘러오는 금천(쇠내, 현재는 복개됨)과 합류하는 지점인 탑동의 야산에서 곡류부(曲流部)를 이루다가 매몰된 남석교를 지나, 모충동 고개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는 고당 마을의 구릉지에서 또다시 굽이치면서 거의 직선으로 북류한다. 동쪽이 높고 북쪽이 낮아 남에서 북쪽으로 역수하는 무심천이 도심부로 들어오면서 곡류부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 석교동과 서문동쪽으로 넓은 모래사장이 형성되었으며, 이를 두고서 청주는 풍수지리상 행주형(行舟形)의 형국, 즉 주성(舟城)이라 일컬어 왔다. 이것 역시 우암산과 당산의 지형지세에 따른 무심천의 역수에 기인한 것이다. 북쪽에 진산(鎭山)이 있어 무심천이 북에서 남으로 흘렀다면, 유속을 차단하는 지형이 없어 직류가 가능하여 넓은 모래사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은 행주형의 청주 도심에 철당(鐵幢)은 배의 돛으로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배가 순풍을 타고 전진하듯 고을의 발전을 갈구하면서, 고을의 가장 상징적이고 높은 부분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의주를 품은 용두의 실제 높이인 20여m(현재 12.7m)가 주변에서 가장 높은 부분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건축법상 1층 높이가 4m임을 감안할 때, 주변의 건축물이 5층 이하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청주 원도심의 중심부인 성안동과 중앙동의 건축물 총 5,138동 중 3층 이하의 건축물이 80%, 5층 이하의 건축물이 96%를 차지하고 있다(2006년 12월 현재). 원도심의 대부분 건축물이 철당간 아래에 있는 것이다.

작금의 도시가 높낮이를 달리하면서 수직적인 높이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청주는 수평방향으로 전개되어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여왔다. 청주의 원도심이 이러한 도시의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 낮고 두터운 군집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떠한 역사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중요한 도심 경관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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