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기 쉬운 조사와 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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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기 쉬운 조사와 어미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4.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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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10년 전 만난 한 태국 관광가이드의 토로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한국말을 막힘없이 곧잘 했던 그였지만, ‘이/가’와 ‘은/는’의 용법을 구별 못하겠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들도 수없이 실수하는데, 하물며 외국인이야 어찌 녹록하겠는가. 외국인이 우리말 배우기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많은 조사와 변화무쌍한 어미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기자들 실수마저 용납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먼저 어미를 보자. <도가 지원한 연구과제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A사의 연구개발사업이 한두 건이 아니기 때문이다.>(충청타임즈 4월12일자 1면)에서는 ‘아니였기’(→아니기)가 틀렸다. 아마도 발음 때문에 ‘었’과 ‘였’을 혼동한 듯하다. 명사형 어미 ‘-기’가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았(었)’과 결합한 것인데 앞의 모음 ‘ㅣ’의 영향을 받아 발음(‘ㅣ’모음동화)하던 습관이 있다 보니 ‘였’으로 쓰고 말았으리라. 이 말의 형태소는 ‘아니+었+기’로 분해될 수 있다.

‘-예요’와 ‘-에요’를 구분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도망쳤다 그러는데 왜 그런 거요?”>(KBS 3월28일자) 에서는 ‘거요’로 써야 한다. 이것은 종결어미의 일종으로 원래 ‘-에요’가 맞는 표기다. 하지만 앞에 ‘ㅣ’를 만나 음운이 축약 되는 경우라면 ‘-요’다. ‘것이에요, 뭣이에요’가 그 예. ‘거예요, 뭐예요’는 ‘ㅅ’이 탈락하고 축약이 일어난, 맞는 표기다.

음료수 상표명 중에도 있는데 ‘설레임’도 어미가 잘못 쓰인 예다. 충북일보 12일자 16면 <아직까지 그 설레임을 잊지 못해 피아노와 함께하는 인생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에서 보였다. ‘설레다’는 말은 있어도 ‘설레이다’라는 말은 없다. 따라서 ‘설레다’가 명사형 어미(-ㅁ)로 활용된 형태는 ‘설렘’이다. ‘이’가 쓸데없이 들어간 유례로 ‘헤매이다, 목메이다’가 있다. 모두 ‘헤다’, ‘목다’로 써야 한다.

충북일보 3월29일자 1면 <청원·옥천 지역의 수몰주민들과 지역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목매여 있다.>에서 ‘목매여(목메어)’는 기자가 ‘목매이다’를 기본형으로 안 듯하다―두 자나 틀린 건데. 참고로 ‘목매다’와 ‘목메다’는 뜻이 완전히 달라 구별해 써야 한다.

충청일보 12일자 1면 <생태공원에 전문성을 더해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에서 ‘-느냐’는 동사에나 들어가는 어미다. 형용사에는 ‘-으냐’가 짝이다. 여기서 ‘않다’는 앞의 형용사를 받쳐주는 보조형용사이므로 ‘않냐’로 가야 옳다.

충청매일 12일자 14면 머리기사를 보자. <각종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혜택이 주진다. (중략) 전국 기능경기대회를 최종 점검하는 리허설 대회로써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의미가 크다.>에서는 각각 어미와 조사 2군데가 틀렸다. ‘주진다’의 어간 기본형은 ‘줍다’지 ‘주다’가 아니다. 혜택이 부여받는다는 뜻일 텐데, 그렇다면 ‘주진다’―이것도 수동태 동사의 번역 말투에서 온 것이라서 권장할 만한 형태는 아니지만―로 가야 한다.

또 조사 ‘-(으)로써’와 ‘-(으)로’를 구분하지 못한 실수도 기사에서 자주 나온다. 전자는 수단이나 도구를, 후자는 자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곰곰 생각하면 구별 못할 이유가 없다.

한편 띄어쓰기도 유의해야 한다. ‘늦어질 수록’(CJB), ‘실시할 지’(충북일보) 등의 어미와 ‘떠난지 조차’(충청투데이), ‘노출될 수 밖에’( MBC), ‘높아지기 까지는’(중부매일), ‘생각 보다는’(동양일보), ‘대상 이다’(충청매일) 등의 조사는 모두 붙여 써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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