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잘못하면 정치적 실미도 사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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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잘못하면 정치적 실미도 사건 터진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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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장한량씨, 청원군 경선 요구 배수진

열린우리당이 청원군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월 2일 창당대회가 일부 당원들의 쿠데타로 파행으로 끝난 후 당내 내홍이 계속됐고, 최근 변재일 전차관이 열린우리당 후보군으로 합류함으로써 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물론 변재일씨를 영입한 중앙당은 내심 그의 손을 들어 줄 참이다. 그러나 이미 공천을 목적으로 선거구를 누벼 온 다른 출마자들은 '낙하산 공천 절대 불가'를 외치며 변재일씨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 왔다. 19일 불출마를 선언한 홍익표씨 외에도 지금 청원군에선 김현상 박노철 신언관 장한량씨 등 4명이 열린우리당 공천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이들 4명의 속내는 각각 다르다. 그러나 아직은 '변재일 낙점 불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당내 분위기라면 변재일씨에 대한 단수후보 결정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나머지 네 후보들이 옷깃을 잔뜩 세운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한량씨의 입장은 아주 단호하다. 그는 "만약 중앙당이 경선없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면 정치의 실미도 사건이 터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각에선 어차피 도중에 그만둘 것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음해다. 나는 끝까지 출마한다. 2002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당시 도지사선거에 출마했는데 그 때도 엄청난 음해와 마타도어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중간에 후보를 사퇴하지 않겠냐는 근거없는 루머가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출마했고, 유권자에게 깨끗하게 심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이런 신념엔 변화가 없다."

=변재일씨의 낙하산 공천을 반대한다면 결국 경선하자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 당당하게 경쟁하자는 것이다. 100% 국민경선을 하자는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도 기득권이나 프리미엄은 없다. 얼마전 서울에서도 잘 나가는 김성호의원이 경선에서 밀렸지 않은가. 심판은 유권자들이 한다. 고위 공직에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정하는 처사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정치적 발상이다. 정정당당하게 경선을 치르면 아마 우리당에 대한 이미지와 지지도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왜 이런 호기를 무시하려 하는지 답답하다. 중앙당이 특정인들의 얘기만 듣고 혹할 게 아니라 현지에 내려와 여론을 정확히 살폈으면 한다. 솔직히 말해 청원군내 몇 사람이나 열린우리당이 아닌 후보 개인으로서 변재일을 기억하겠는가."

=중앙당에선 기존 출마자들의 후보경쟁력이 떨어지니까 변재일씨를 영입, 출마시키려는 것 아닌가.

"그게 얼마나 오만방자한 발상인가. 결정은 유권자들이 한다. 내가 부족하다면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알아서 퇴출시킬 것이다. 기껏 정치개혁을 약속해 놓고 낙하산 공천을 강행한다면 절대 명분을 얻지 못한다. 열린우리당이 무슨 공수부대인가. 왜 낙하산을 고집하려는지 알 수 없다."

=본인이 경고하는 정치적 실미도 사건이란 무슨 얘기인지?.

"나라를 위해 기껏 뽑아서 살인적 훈련을 시키고도 나중에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까 용도폐기하는 바람에 실미도 사건이 터진게 아닌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당을 지켜 온 사람들인데 이런 식으로 대접하면 곤란하다. 외부영입 인사들이 그동안 당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당을 꿋꿋히 지켜 온 우리같은 사람들을 배척한다면 실미도 훈련병의 반란 못지 않은 엄청난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또 한번 묻겠다. 정말 끝까지 출마하겠는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더 이상 답변할 필요조차 못느낀다.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정치는 신념이다. 나는 그 신념에 충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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