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육자치를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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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교육자치를 준비할 때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4.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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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정경부장

교육계가 충북도의회에 단단히 뿔이 난 모양이다. 도의원들이 야간자율학습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겠다고 하자 자율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회와 교육계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닐 듯하다. 그동안 학교현장은 아이들 성적올리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아 왔던 게 사실이다. 말로는 인성교육, 전인교육, 토론식 교육을 말하지만 학부모들도 당장 자녀의 성적이 올라야 안심한다. 성적이 떨어지면 다니는 학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한다. 야간자율학습이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실시된다고 믿지는 않아도 학교에 저녁 늦게까지 잡아두면 안심이 된다.

어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현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략 이런 주장을 폈다. ‘아이들의 학습권이 인권에 우선한다. 야간자율학습을 두고 아이들의 의견이나 인권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야간자율학습을 점검하겠다는 도의회에 반발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게다가 교육문제에 튀는 행보를 보이는 도의원들을 전교조 교사 부류로 바라보는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시각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최미애 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오랫동안 시민사회운동에 몸을 담아왔으며 이광희 의원은 학생운동권 출신의 강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니 말이다.

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의 시각과 야간자율학습을 점검하겠다는 도의원들의 시각중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자치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눈높이는 맞춰야 한다고 본다. 최근 일고 있는 도의회와 교육계 갈등의 한 축이 바로 교육자치에 대한 눈높이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교육위원회가 폐지되고 도의회가 역할을 대신하게 된 만큼 도의회는 도교육청을 견제하고 감시해야한다. 야간자율학습을 포함한 모든 교육현안이 도의회가 다뤄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야간자율학습 점검단 구성에 교장선생님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교육자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지방 교육자치라야 지난해까지 도 교육위원회가 입법부의 기능을 대신해 왔을 뿐이다. 교육위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현직 교사 등은 교육위원 임기가 끝나고 본래의 직업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했다. 학교현장의 소리에 교육위는 눈과 귀를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허술한 교육자치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있는 교육계가 도의원들의 튀는 행보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교육위원회가 폐지되고 과도기적으로 뽑힌 4명의 교육의원이 도의회에서 활동하지만 이마져도 이번으로 끝이다.

달라진 교육자치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교육계는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치’라는 개념은 일방통행 내지는 상명하달 보다 소통과 대화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닫고 교육현장에서 이를 실현해야 한다.

이제 교육에도 거버넌스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이다. 당연히 거버넌스의 한 축에 교육서비스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자리를 잡을 것이다. 각종 현안에 대한 찬반논쟁은 지역사회의 공론에 맡기고 교육계는 이제 진정한 교육자치를 준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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