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길들이기 나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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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길들이기 나선 민주당
  • 김진오
  • 승인 2011.05.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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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보궐선거 패배 ‘결과적으로 이적행위’ 맹비난
내년 총선,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선점 포석 풀이

민주당충북도당(위원장 오제세)이 4.27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례적으로 민주노동당 때리기에 나섰다. 민노당의 야권후보 단일화 거부로 인해 제천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헌납했다고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투표일 다음날인 28일 ‘민노당충북도당은 한나라당 2중대로 남을 것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야권은 경기 분당 을과 강원도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승리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민주노동당충북도당은 MB정권 심판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무시한 채 사소한 감정을 앞세워 제천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헌납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이 현역 지역위원장이었던 박상은 후보 빼가기 논란 등 민주당의 정치도의 위반을 비판하자 이번에는 ‘궤변과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같은 민주당의 맹공은 표면적으로 선거패배의 책임을 묻는 모양새지만 진짜 이유는 내년 총선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民, 제천지역 패배 단일화 실패 탓

민주당은 시의원을 뽑는 제천가선거구에서 국민참여당 홍석용 후보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도의원을 뽑는 제천2선거구와 군의원을 뽑는 청원가선거구에서는 민노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한 민주당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민노당의 입장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선거 결과는 제천지역 2개 선거구 모두 한나라당에 졌고 청원가선거구에서만 27표 차이로 간신이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은 일단 민노당과의 후보단일화 실패를 결정적인 패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제천2선거구의 경우 민주당 박상은 후보와 민노당 정이택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46.11%로 한나라당 강현삼 후보 득표율 53.88%에 7.77% 근접했다. 후보단일화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길수 있었으며 청원가선거구 또한 훨씬 여유있는 승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청원가선거구는 민주당 오준성 후보가 한나라당 손갑민 후보에 27표 앞선 3595표(38.07%)를 얻어 당선됐으며 민노당 이강재 후보는 2278표(24.12%)를 얻었다.

내년 총선 겨냥한 민주당 속내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선거 전략의 하나일 뿐 반드시 성사시켜야 되는 것도 아니고 거부한다고 여론의 비난을 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후보단일화를 거부한 민노당에 공세를 퍼붓는 진짜 이유는 내년 총선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얻은 민노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통해서도 이같은 분석이 가능하다.
제천2선거구의 경우 민노당 정이택 후보는 9.3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노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던 선거구임을 감안하면 꽤 선전한 결과다. 청원가선거구 이강재 후보는 무려 24.12%를 득표했다. 민주당 오준성 후보와 합치면 한나라당 손갑민 후보를 두배 가까이 앞지른 득표율이다.
민노당으로서는 비록 MB정권 심판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캐스팅보트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

민주당이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내년 4월에 치러질 19대 총선도 이번 보궐선거와 같이 MB정권 심판론이 지역 최대의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도 진행될 것이며 가장 큰 대상이 민주노동당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후보단일화를 위해 양보할 카드가 많지 않다. 총선에 나설 후보 대부분이 재선 이상 현역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제천·단양의 서재관 위원장도 후보단일화 대상으로 논의에 부치기는 부담스럽고 남부지역은 이용희 의원이 건재한 자유선진당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의도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한 관계자는 “민노당은 선거에서 민주당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화가 됐다고 착각해 정치적 거래를 시도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도내 보궐선거, 현역 의원 지원이 약발
청주·청원 통합 찬성 돌아선 손갑민 후보 석패

도내 3곳의 선거구에서 치러진 4.27보궐선거는 야권이 전국적으로 내세운 MB정권 심판론 보다 현역 의원들의 지원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곳의 선거구 모두 현역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 후보가 당선됐고 특히 열세로 분석됐던 민주당이 승리한 청원가선거구는 지방의원까지 대거 지원에 나섬으로서 막판 뒤집기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의원을 뽑는데 정권심판론이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여느 재보궐선거때처럼 차별화된 정책 보다 조직력이 힘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제천2선거구는 내년 총선에서 격돌이 예상되는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과 민주당 서재관 전 의원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이 컸다. 특히 서 전 의원이 당을 갈아 탄 박상은 후보를 전폭 지원했지만 현역의원이 버틴 한나라당 강현삼 후보를 넘지 못했다는 것.

반면 청원가선거구는 인지도 면에서 앞선 한나라당 손갑민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지방의원은 선관위에 신고만 하면 선거사무원 정수와 상관없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변재일·노영민 의원 등은 물론 청주시의원들까지 대거 나서 청원가선거구 오준성 후보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편 청원사랑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청주·청원통합 반대운동을 이끌다 돌연 찬성을 주장하며 출마해 화제를 모았던 손갑민 후보는 27표 차를 극복하지 못해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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