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처럼 뿌연 핵발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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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처럼 뿌연 핵발전의 미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5.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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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도서관장

누런 흙바람이 온 하늘에 가득 찼던 지난 주말, 이웃들과 함께 일구는 텃밭에 새 모종을 심으러갔다. 매캐한 흙먼지냄새가 다른 날보다 더 찜찜하게 느껴졌다.

흙바람 속 중금속보다 더 걱정스러운 방사능물질 때문에 눈도 가늘게 뜨고 모자를 자꾸만 눌러쓰며 될 수 있는 대로 콧구멍으로 들여 마시는 숨도 적게 들이켜고 싶었다. 오지말걸 하고 후회도 되었다. 비가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이제 중금속을 넘어 방사능물질까지 염려하며 살아야하다니 황사바람처럼 미래가 뿌옇게 느껴졌다.

지난 2일 월요일 청주 성안길에서 노란우비를 입고 하얀 가면에 십자가를 들고 ‘핵발전은 죽음이다’, ‘핵에너지 전환하라’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핵발전에 반대하는 청주시민들이었다. 나눠주는 유인물에는 ‘어디에도 안전한 핵은 없다’라고 적혀있었다.

3월11일 일본은 천재지변인 지진을 겪으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 문제가 시작되어 결국 핵연료봉과 사용 후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방사성물질이 다량 누출되고 땅으로 바다로 하늘로 확산되어 전 세계가 놀라고 불안에 떨게 되었다.

원자로가 폭발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핵 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주입하고 있지만 물은 핵 연료봉에 닿자마자 폭발적인 수증기로 변하고 이로 인해 높아진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수증기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원자로 냉각이 잘되지 않고 녹아내린 핵연료는 핵분열 조짐까지 보이는 예측불가능한 상태다.

일본의 원전에서 우려하던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오염과 핵 안전성 점검 등에 대해 지적하고 우려해왔지만, 전기에너지 의존이 높은 생활방식으로 인해 갈수록 원전의 공포는 가려지고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 포장되어왔다.

핵발전 역사이래 심각한 사고로 기록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한국에서 핵에너지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고, 대기 중에서 방사성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어도 정부와 핵관련 전문가들은 ‘미미한 영향’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에 ‘안전한 피폭량’의 기준은 없으며, 방사선 세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수일에서 수만년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성물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하게는 미미한 양일지라도 유아와 임산부, 노약자는 피폭 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방사성물질로 인한 피해는 토양과 지하수오염, 농축산물, 식수문제 등으로 확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농업 등 1차 산업붕괴를 방지하고 일본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의 엄격한 방사능기준을 낮추는 등 정책변화를 선택하고 있다. 방사능과 함께 살 수 밖에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핵오염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일본의 선택이 던지는 교훈은 ‘한국의 미래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미한 양의 방사능 검출’, ‘오늘, 일본 핵사고 이후 방사능 불검출’ 등 사탕발림 대책과 핵정책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며, 우리 앞에 놓여있는 핵발전소의 위험으로 부터 국민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텃밭에 앉아 맑은 바람을 마음 놓고 쏘일 수 없는 현실과 앞으로의 검은 미래를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한국의 대표적 노후 핵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를 그대로 유지하며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더 이상 안전한 핵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삶의 철학과 태도를 세우자. 대안은 있다.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도 가능하다. 나는 핵발전에 반대하며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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