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말과 본딧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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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말과 본딧말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5.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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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언론의 교육적 기능은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고 정의감을 고취한다고 해서 나온 얘기만이 아니다. 사실 국어교육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방송이 신문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4월28~5월2일 사이 지역 언론의 기사를 모니터해보니 신문보다 방송에서 틀리는 문장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흔히 방송기자들이 신문기자들에 비해 맞춤법이나 문장 구성에 둔하다는 평가가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띄어쓰기는 방송이나 신문 할 것 없이 문제 삼고 싶어도 너무나 잦아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다. 밑줄 친 부분은 띄어쓰기 실수고 굵은 글씨는 맞춤법이나 문법 오류다.

먼저 준말을 제대로 모르고 쓴 경우. 청주 KBS 4월27일자 <자기가 왜 이걸 하고싶어 하는지, 얼큼 예술을 하고 싶은 지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에서 ‘얼만큼’은 ‘얼큼’의 잘못이다. ‘얼마만큼’의 준말로 ‘만큼’에서 ‘만’이 빠진 꼴이다.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의할 것으로 ‘오랜만’이 있다. 이건 ‘오래간만’의 준말이다. ‘오만’으로 잘못 아는 수가 많은데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니 ‘오동안’과 ‘오동안’ 중 어느 게 맞는지 또 헷갈린다. 전자가 맞는 말이다. ‘오랜’은 관형사로 ‘아주 오래된’의 뜻이어서 ‘오랜 동안’처럼 띄우면 맞춤법상 틀린다고 볼 수 없겠으나 이건 쓰기에 비경제적이다.

한편 MBC 4월29일자 <5년이 다 도록 소방당국은 노인들에게 홍보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에서는 ‘돼’가 ‘되어’의 준말이라는 것을 몰라 헷갈린 사례다. ‘되어도록’이란 말이 없지 않나. 따라서 ‘도록’이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CBS(청주노컷)의 5월2일자 제목에는 <등록면허세 납부위해 구청방문 않해도 돼>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보조동사 또는 보조형용사로 쓰이는 ‘다’는 ‘아니하다’의 준말이다. 그러니 ‘아니해도’의 준말은 ‘않해도’가 아닐까. 하지만 오해다.

‘아니’가 줄면 ‘안’이 되는 것이고, ‘아니하-’가 줄어든 ‘않’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않아도’는 ‘ 해도’라든가, ‘않아도’로 고쳐야 한다. 주의할 것은 본딧말 ‘아니’와 준말 ‘안’이 들어갈 때 띄어쓰기다. 원래 부사인 본딧말 ‘아니’가 ‘-지’로 끝나는 본용언 뒤의 보조용언 ‘아니하다’의 어근으로 쓰일 때는 붙여 쓰며 그 준말은 ‘다’이다. 하지만 ‘안’이라는 준말로 쓸 경우 는 부사로서 <안 돼, 안 가고, 안 할 거야>따위처럼 띄어 써야 한다.

좀 다른 사례지만 준말 ‘그다’와 ‘그다’가 있다. 전자는 동사 ‘그리하다’가, 후자는 형용사 ‘그러하다’가 각각 본딧말이다. 이 때 헷갈리기 쉬운 것이 ‘그러잖아도’와 ‘그렇지 않아도’인데 웬만하면 한 단어인 전자를 써야 한다.

KBS 4월28일자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겠죠, 공항시설에 따른 이용료가 오른다지.>라는 문장에서는 어미 ‘-던지’(→-지)가 틀렸다. 뭔가 선택할 상황이라면, 회상의 뜻인 ‘-던(지)’이 아니라 ‘-든(지)’이다.

MBC 4월29일자 <민주당은 청원에서 이겼지만 표차를 크게 내지 못한 다 제천 2곳은 맥없이 내줬습니다.>는 장소의 뜻인 의존명사 ‘’가 쓰여야 할 자리에 엉뚱한 ‘대’가 들어갔다.

이밖에 치다(→치다 CBS 4.29), 염두 두고(→염두 두고 CJB 4.30), 신비관으로(→신비관으로 CJB 5.2)도 틀렸다. 반응이 뜨겁(뜨거워지자 HCN 5.2), 사업성이 불투명하(불투명하게 나오자 CBS 5.2)는 형용사에는 안 쓰이는 어미 ‘-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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