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연초제조창의 컨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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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연초제조창의 컨버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5.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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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청주대 건축학과 교수

지난 3월29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서 개최한 2011 젊은 공예포럼-‘도심재생과 아트 팩토리-청주 연초제조창, 새로운 꿈을 디자인하다’에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오전에는 거대한 연초제조창 건축물 투어와 제빵왕 김탁구 촬영장 견학을 한 뒤, 오후에 정준모 전시감독과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기조발제를 들었다.

참석자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진한 황갈색의 담뱃잎 액이 군데군데 거칠게 남아 있는 역사적 단편에 감동하면서, 청주 도심에 이와 같은 근대산업유산이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였다. 더욱이 아파트로 개발하지 않고, 청주시가 구입하여 문화 창조 향유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에 찬사를 보냈다.

올해 공예비엔날레 행사에서 지상 1층을 주차장, 지상 2,3층을 전시장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에 대해서, 건축물만큼은 모두들 있는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었다. 청소도 하지 말고, 먼지와 쓰레기, 기타 연초제조창 시설의 모든 것을 그대로 두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전시동선에만 나무판자를 깔자는 분도 있었다. 어쨌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 자산을 너무 많이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 두자는 기본방침에는 동의를 하였지만, 최소한의 청소와 변경작업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고도의 전문가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것이다. 비우고 채우는 곳, 나무가 있어야 할 곳, 플래카드와 시설표지판의 위치 등등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시기획자, 공예작가, 그리고 건축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항인 것이다.

비엔날레 행사 이후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여 10년, 20년 지속시킬 수 있으면서, 문화와 역사, 그리고 경제성이 함께 해결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가. 토론 과정 중에 전시장, 목공 및 옻칠 교육기관, 공예 1세대의 도구와 자산 상설전시관, 국립공예디자인미술관,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문화예술 및 교육 복합공간으로 컨버젼(Conversion·용도변경)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가졌다. 전통적인 목공예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 직지의 공예, 철기문화를 대표하는 철당간, 수많은 충북의 산성에서 보이는 석공술, 그리고 이들 공예와 연관되는 건축과 공공디자인 등 문화, 전시, 상업, 교육의 다양한 기능을 담는 공간이다.

이와 관련해 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올해로 18번째 맞는 충북건축디자인캠프 운영위원회에 연초제조창의 컨버젼을 다뤄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충북건축가회에서는 8월 초 개최 예정인 이 캠프를 국제행사로 격상하면서, 다양한 전문가 그룹의 시연작품을 통하여 건축물뿐만 아니라 단지, 도시, 혹은 지역의 발전에 걸 맞는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

연초제조창은 건축물의 컨버젼도 중요하지만, 내덕 칠거리의 넓은 대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내덕 칠거리에서 석교 육거리까지 약 3km는 청주의 원도심에 해당한다. 2개의 커다란 로터리가 상당로 양끝에 있으면서, 인접지역으로 교통을 분산시키고 있는 요지다.

남쪽 로터리의 육거리시장이 생활필수품이 거래되는 재래시장이라면, 북쪽 로타리의 연초제조창 역시 문화예술 및 교육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두 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현재의 도시에서 3km 정도 거리는 보행이 가능한 영역이다. 상당로뿐만아니라, 꽃다리에서 성안길을 거쳐 내덕 칠거리에 이르는 중앙로, 육거리에서 청주대 앞에 이르는 대성로 역시 보행 가능한 영역에 있는 남북로이다.

이들 세 개의 남북로를 중심으로 한 보행네트워크와 프로그램 입안도 고려해봄직 하다. 올 가을에 개최되는 공예비엔날레를 계기로 연초제조창이 새롭게 탄생되길 기대하면서, 역사도시 청주의 원도심 내에서 공예와 건축, 그리고 공공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적 페스티발의 전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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