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made in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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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made in 한나라당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1.06.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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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청리뷰대표

최근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논란 속에 두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야당 복지정책을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거세게 비판해온 집권 여당의 신임 대표(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화두를 꺼낸 것이 뜻밖이다. 여권 내부의 반발이 심상치않자 ‘저소득층의 등록금 부담 완화’로 표현해 달라고 몸을 낮췄지만 황대표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이다.

한편 무상복지 시리즈에 이어 대학 등록금 문제를 당 차원에서 들여다보던 민주당은 호재를 만난 셈이다. ‘포퓰리즘’ 역풍에 주춤하던 차에 여당 대표가 화끈하게 등을 밀어준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저녁 서울 광화문 반값 등록금 시위현장에 등장한 손학규 대표의 발언은 예상밖이었다.

 “우선 저소득층 소득 하위 50%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고 말문을 열자 대학생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학생 여러분에게 당장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나온 게 아니다. 진전된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하려고 왔다”고 하자 “도대체 한나라당이랑 다른 게 뭐냐”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등록금 인하 문제는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지만 미루고 미뤄온 난제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언급했고 박근혜 의원도 후보자 시절 검토 필요성을 얘기했다. 하지만 대선 승리이후 경제 부문에 올인하면서 흐지부지 되다가 작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이슈화와 함께 다시 불거졌다.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7〜2008년 기준 한국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였다. 지난 5년간 국립대 등록금은 30.2%, 사립대는 25.3% 증가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16.1%를 넘어섰다. 세계 100대 대학에 서울대가 포함되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등록금은 확실한 세계 2위라니… 화가 나서 창피할 겨를도 없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의 공론화에 대해 뒤늦게 청와대가 “당과 협의한 바 없다”고 발을 빼는 것은 창피스럽다. 여기에 보수언론들까지 융단폭격을 가하고 나섬으로써 반값 등록금 문제 또한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논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단골 메뉴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추가감세를 철회하고 세계잉여금,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복잡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보수언론은 ‘무상복지에 나라가 거덜난다’며 중산층 불안감을 한껏 부채질한다.

그렇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부터 도입해 보면 어떨까? 우선 사립대 적립금을 규제해 등록금 인하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전국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무려 10조원에 육박한다. 이화여대 7389억원, 연세대 5133억원으로 가장 많고 청주대는 2535억원으로 전국 6위를 차지했다. 제천 세명대는 1334억8222만원으로 전국 11위에 올랐다. 해당 대학들은 등록금이 적립금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없다고 발뺌했지만 <중앙일보>가 진실을 밝혀냈다.

2010년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으로 전환한 대학 자료를 살펴보면 청주대가 264억원에 달해 4위에 랭크됐고 서원대도 60억원으로 17위를 차지했다. 두 대학은 학내분규 속에서도 알뜰살뜰(?) 뒷돈을 모아둔 것이다. 결국 사립대는 적립금의 70%만 풀어도 등록금 반값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쪼록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점화하고 민주당 대표가 불씨를 살려나가는 ‘반값 등록금’ 화두가 여론의 용광로를 거쳐 멋진 완성품을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또한 황우여, 손학규와 같은 실용적 중도론이 위기의 ‘반쪽 정치판’에 한 가닥 희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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