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은 '사약' 반값등록금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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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은 '사약' 반값등록금은 '보약'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1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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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촛불문화제 현장 '반값등록금은 000이다'
한 시민 "대학생 걱정 없이 건강하게 공부" 염원

   
▲ 반값 등록금은 000이다.

<전국으로 번지는 반값등록금 촛불/참가자들 무상교육은 안되겠니?>
10일 오후 5시30분 차 없는 거리로 통하는 청주 성안길 입구에는 이색 장면이 목격되었다. 바로 반값 등록금을 바라는 도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충북지역 대학생모임' 신개념 촛불문화제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30분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전에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인 점을 고려해 1시간여 동안 시험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주의 번화가를 오가는 시민들도 자리를 펴고 책을 보며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로 허기를 달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기도 했다.

   
경찰과 충돌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이날 촛불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참가자들로부터 '반값 등록금은 000이다'란 의견을 듣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생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참가자들은 저마다 노란색 희망종이에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은 뒤 종이비행기를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를 본 청주대학교 박명원(21·사회복지과 2년 휴학중)씨는 "한 학기에 360만원 하는 등록금이 상당히 부담이 되었는데 이공계 학생은 무려 570만 원 이상을 한다더라"며 "가정형편을 배려해 반값 등록금을 정부가 지원해 줬으면 한다. 대학진학을 결정하면서 등록금을 생각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날 노란색 희망 종이비행기에 적혀진 반값 등록금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살펴보면 '등록금은 사약, 반값 등록금은 보약이다'를 비롯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생명줄이다' '청소기다' '로망이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이다' 등이 눈에 띄었다. 반값 등록금을 보약에 비유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000만원 등록금 시대에 학자금을 마련하느라 학생들이 강의실이 아닌 아르바이트 전선을 전전해야 하고 심지어 졸업 후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현실이 마치 정부로부터 '사약'을 받은 것 같아서다"며 "반면에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등록금 지원을 적극 나설 경우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고 이 나라의 미래도 밝아질 것 같아 '보약'에 비유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고3, 대1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로 소개한 한 시민은 "대학 등록금을 대느라 허리가 휘는 듯 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이번에 고3 수험생이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어서 걱정이다"며 "만일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 되면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 같아 반값 등록금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정의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시민은 반값 등록금을 청소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집에서 청소할 때면 가족들 눈치를 봐야 하는데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위해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그렇게 적었다"고 전해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반값 등록금을 '로망'에 비유한 한 학생은 "대학생을 빚쟁이로 내몰지 않고 사회일꾼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등록금 공대위 '촛불은 사회변화 바라'

   
▲ 도내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촛불 문화제에 함께 하고 싶지만 학기말 고사 기간이라 공부에 여념이 없다.
같은 날 낮 12시 충청대학에서는 충북대학교, 청주대학교, 충주대학교 등 도내 총학생회장단 회의에서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더불어 이번 주 안으로 집회를 가질 예정임을 전하기도 했다. 또 오후 7시30분에는 청주 철당간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충북공동대책위 준비모임'이 촛불집회를 마련하고 참가자들에게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공대위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단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충북공대위에는 청주청년회를 비롯해 88세대 희망운동본부, 민노당 충북학생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상덕(32·청주청년회장) 간사는 "촛불은 이제 사회변화를 바라는 중요한 시기에 시민들의 정신과 함께 타오르고 있다"며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효선, 미선 양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광우병 대책위 활동 등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등록금은 학생과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사회가 각박해 지면서 위축되어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과 광장 문화를 만끽하며 패배주의, 개별주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공동체적 생각으로 반값 등록금 나아가 무상교육 현실화를 앞당겨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충북대학교 유초하(철학과) 교수는 "OECD 회원국 중 등록금이 가장 비싼 나라는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며 "하지만 미국은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 비율이 20% 안팎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무려 70∼80%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정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을 사립대에 전가시키는 작금의 현실에 이른 만큼 현실적인 재정적 대책을 마련하고 반값 등록금을 나아가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충북공대위는 오는 15일 오후 공단입구에서 시국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같은 도민들의 염원이 닿아서 일까 전국 사립대학 총장회의는 최근 등록금 10% 인하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도내 평균등록금 으뜸 '청주대 819만 여원'
이상덕 간사 "교재비 합치면 이미 1천만원 등록금시대'

올해 도내 대부분 대학이 정부 권고안을 받아들여 등록금 인상을 동결한 가운데 대학 알리미가 공시한 도내 11개 일반대학의 지난해 말 기준 평균등록금 현황을 살펴보면 역시 사립대학인 청주대학교가 819만 8800원으로 단연 으뜸이다. 이는 전년도 평균 811만 2800원보다 1.1% 인상된 것이다.

다음으론 극동대학교가 809만 8600원, 건국대학교가 797만 9500원, 영동대학교가 789만 3600원,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가 753만 2000원, 중원대학교가 749만 2200원, 세명대학교가 734만 1100원, 서원대학교가 727만원, 국립 충주대학교가 455만 7900원, 충북대학교가 445만 900원 순으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등록금이 가장 적은 곳은 역시 국립 한국교원대학교가 318만 46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값등록금 현실화를 위한 공대위 이상덕 간사는 "대학 알리미에 고시된 평균 등록금은 순수한 등록금 현황으로 교재비와 각종 실습비를 합치면 이미 등록금 1000만원 시대는 도래 했다"며 "이는 사립대학 대부분이 대학 운영비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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